“명절선물 줄께” 北기업소, 인재영입 치열한 경쟁 벌인다

“누구든 가슴 속에 사직서 한 장은 넣고 다니잖아요….”

직장생활 3년차로 접어든 김모(29) 씨는 요새 고민이 깊다. 자격증 취득과 토익 준비 등으로 어렵게 취업했지만, 회사는 본인이 그리던 공간이 아니었다. 수직적 조직 문화는 끔찍했던 군대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숨 막혔다. 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꿈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노동자들은 어떨까? 좋은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은 비슷하다는 게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북한에도 복지 시스템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경제 발달로 인해 자본주의 경쟁가치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재영입을 위해 더 많은 혜택(선물)을 제공하려는 기업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북한에서 공장 운영 경험이 있는 탈북민 윤민훈(가명) 씨는 13일 데일리NK에 “명절에 공급(선물)을 잘 해주거나 정상 배급을 해주면 사람들이 (기업에) 알아서 찾아온다”면서 “쌀, 콩기름, 술 등은 기본이고, 또 다른 명절 선물 가짓수를 두고 (기업 간) 경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씨는 “만약 선물을 50가지 줬다고 입소문이 나면 (구직자에게) 저절로 기업 홍보가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혜택은 노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생산량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북한식(式) 인센티브 제도는 생산량이 계획에 못 미친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때문에 과거와 달리 기업소 내 차별 또한 심화됐다는 것이 탈북민의 전언이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직장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첨’을 하기도 한다. 이런 처신을 못하는 경우엔 이직을 불가피하게 결정해야만 한다는 것.  

북한에서 이직 경험이 있는 탈북민 김성태(가명) 씨는 “(생산) 평가를 잘 받으려면 간부 생일날 개인적으로 선물을 주거나 인간관계(대인관계)에 신경을 써야 했다”면서 “단순히 생산량만을 높이겠다는 노동자는 언젠가 도태되고 이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북한에서 당국의 일방적 지정이 아닌 노동자가 스스로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노동 수첩에 이력을 표기하다 보니 잦은 이직은 신뢰 하락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기업이 직원을 받을 때 어느 직장을 몇 달 다녔는지 기록된 노동수첩을 보기 때문에 자주 이직한 사람이면 뽑지 않는다”면서 “구직자들은 (실제 이직을 많이 했지만) 노동과에서 새 노동수첩을 가지고 가 제철소에서 20년 동안 근무했다고 거짓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