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혼수상태 웜비어 보고도 인도주의라 할 수 있나”

2016년 1월 북한으로 여행을 떠났던 한 미국인 대학생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지난 13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청년의 이름은 오토 웜비어, 올해 22살입니다. 평소에 여행을 좋아했던 웜비어는 홍콩으로 연수를 가기 전에 북한 여행길에 올랐다가 호텔에서 선전물을 훔쳤다는 혐의로지난해 3월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는 선고 직후 의식불명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웜비어의 건강상태를 1년 넘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영사 접견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6일에서야 미국측에 웜비어의 상태를 알렸다고 합니다. 식중독에 걸린 상태에서 수면제를 먹어 의식불명에 빠졌다는게 북한측 주장이었습니다. 웜비어가 미국에 도착한 직후 의료진이 몸 상태를 검사 했습니다. 뇌의 신경이 손상됐다는 진단만 나왔을 뿐 왜 혼수상태가 됐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웜비어가 감염됐다는 보툴리누스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의식불명 상태까지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고, 또 치료만 적절히 하면 생존율이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가 북한에서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웜비어 사건은 북한이 인권을 얼마나 무시하는 나라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행을 온 한 외국인이 호기심으로 숙소에 있던 선전물에 손을 좀 댔다고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하는 건 근대적인 사법체계를 가진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 문명국가라면 아무리 수감자라 하더라도 건강이 악화되면 가족들에게 바로 알리고,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씨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15개월간 아들에 대한 아무런 말을 듣지 못했다”다며 “가족 전체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잔인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건장했던 20대 청년이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 당국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웜비어를 돌려보냈다는 짤막한 보도만 내놓았습니다. 지금 웜비어의 부모님은 17개월만에 의식을 잃고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의 뜻을 안다면 그동안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밝히고,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