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아파트 거주자들 “너무 추워 집 떠나요”

북한의 수도 평양마저 에너지난이 심각해 아파트 거주자들이 집을 비우고 난방이 되는 친척이나 지인들의 집에서 동거(同居)를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말경 평양을 방문했던 내부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먹을 물도 부족하고 화장실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난방 문제까지 겹치자 살던 집을 떠나 친척집으로 이동하는 세대가 많다”라고 말했다.


1980년대 이후에 건설된 아파트들은 중앙난방식이기 때문에 전력난 때문에 아파트에 난방을 제공하지 못하면 입주 세대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여의치 않다. 임시거주자들은 해당 거주지 담당 보안원에게 신고할 경우 거주지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 소식통은 “3년 전에 평양에 갔을 때만 해도 아파트에 난방이 제공됐다. 그 때는 실내온도가 높지 않았지만 방 안에서 얼음이 얼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1980년대 이전에 건설해 구멍탄(연탄) 난방을 하는 동평양지구로 옮겨 갔다”고 밝혔다.


고층 아파트에는 일반 주민들도 거주하지만 내각의 과장급 등 고급 간부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간부들은 체면을 중시하지만 거주하는 아파트가 워낙 춥다보니 월세를 내고 남의 집에서 숙식하는 동거살이를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두툼한 솜이불을 방안에 펴놓고 겨울을 보냈고, 잠 잘 때에는 500g(ml)짜리 빈 유리병에 뜨거운 물을 넣어 잠자리 온기를 보장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없어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20~40층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광복거리, 통일거리에서 이러한 이주 세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현대적인 거리가 겨울이 되면 거주 기피 지역이 되고 있는 셈이다. 


평양 고층 아파트는 대부분 평양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 받는다. 그러나 발전 설비와 배전시설, 또한 온수를 제공하는 배관이 워낙 낙후 돼있어 고장이나 열손실이 많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공급되지 않아 에너지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소식통은 “방 안이 얼지 않을 정도의 온수는 보내줘야 생활이 가능하다. 언제 온수 공급이 재개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난방 문제 해결을 위해 아파트 내 방 한 개를 선택해 바닥을 뜯고 구멍탄 보일러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체 구조 변경으로 인한 붕괴나 질식 사고가 속출하자 당국이 이를 금지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평양 주민들이 물 부족, 전기(불) 부족, 식량(쌀) 부족에 떠는 자신들의 처지를 빗대어 “북한에는 ‘ㄹ’이 없는 나라”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물, 불, 쌀에 모두 ‘ㄹ’ 받침이 들어간 것에 착안해 만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