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무리 쓸어내자”…北 ‘림꺽정’ 주제가 금지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 예술영화 ‘림꺽정’의 주제곡인 ‘나서라 의형제여’가 유행하자 당국이 이를 부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18일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북한에선 기차에서나 오락회, 들놀이 등에서 림꺽정의 주제곡이 많이 불리고 있다”며 “다시 시작된 굶주림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노래로 은근히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지난 15일 인민반 회의에서 위생 사업에 대한 회의를 한 뒤 도당 선전부에서 내려온 지시라며 ‘림꺽정 주제가를 부르지 말데 대하여’를 지시했다”며 “이를 들은 사람들이 뒤에 앉아 ‘뭐가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다’면서 코웃음을 쳤다”고 전했다.


인민배우 최창수가 주연을 맡아 열연한 영화 ‘림꺽정’은 1987년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왕재산창작단에서 5부작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양반들의 전횡에 항거, 신분차별을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석골에 진을 치고 활약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주제곡인 ‘나서라 의형제여’는 영화 중간 중간 흘러나온다.


북한은 ‘림꺽정’을 영화관과 조선중앙TV를 통해 계속 방영해 오다가 대(大)아사 사태가 벌어졌던 1997년부터 방영을 하지 않았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한 탈북자는 “주인공을 맡은 최창수가 연기를 너무 잘했다. 내용도 노래도 북한 사람들의 현실을 담은 것 같아 주민들이 영화를 좋아했다”면서 “당시 그 노래를 부르며 젊은 사람들은 누구나 영화처럼 세상을 불 지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정말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 가슴이 짠했다. 어쩌면 지금 백성들이 겪고 있거나 하고 있는 생각을 이렇게 똑같이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소회하면서 “지금도 북한을 생각하며 가끔 이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영화 방영이 중단된 것은 식량난으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도둑도 성행하던 시기에 주민들 속에서 영화와 같은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당국이 우려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탈북자들은 설명했다.


때문에 최근 ‘림꺽정’ 주제곡을 부르는 것을 금지한 조치도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식량난에 따라 체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집단 소요사태 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다음은 영화 림꺽정의 주제곡인 ‘나서라 의형제여’


1. 구천에 사무 쳤네 백성들 원한소리
   피눈물 고이였네 억울한 이 세상
   산천아 말해다오 부모처자 빼앗기고
   백성의 등뼈 갉는 이 세상 어이 살리


2. 무거운 짐을 졌다 발부리만 보지 말고
   앞길을 내다보며 이 세상 살아가세
   길가에 돌 밑에도 호걸들이 묻혔으니
   내 한번 실수하면 이슬로 사라지리


3. 칼집에 꽂힌 장검 보습을 벼리여서
   사래긴 논과 밭을 갈았으면 좋으련만
   나서라 의형제여 악한 무리 쓸어내고
   가슴에 쌓인 원한 장부답게 풀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