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방역당국, 신종플루 구별 못해 고심”

세계적인 신종플루 유행과 중국의 때 이른 겨울독감 발병을 놓고 북한 방역당국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증상을 진단할 만한 장비들과 치료제를 갖추지 못해 감기 증상 환자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지난 10월 초부터 각 시, 군 위생방역소들에 ‘방역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돼지독감(신종플루) 의심 환자들에 대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감기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 한해 중국산 독감예방약을 처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워낙 약이 귀해 약을 먹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양강도의 경우 감기증상이 심각한 사람들을 혜산시병원에서 진료받도록 조치하고 있으나, 이 병원에서는 환자의 체온과 환자가 구두로 설명하는 증세만 갖고 감염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소식통은 “검사라는게 체온을 재고 청진기로 숨소리를 들어보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며 “몸에 열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집식구들까지 한주일간 격리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은 환절기라 워낙 감기환자가 많은데, 어느 것이 감기이고 어느 것이 돼지독감인지 가릴 수가 없어서 병원에서 진단서만 떼어주면 즉시로 집에 격리된다”며 “인민반에서도 감기환자가 발생한 집들을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신종플루 예방사업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소식통은 “위생방역소와 동사무소들에서 돼지독감과 관련된 해설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민반별로 의사담당제를 실시하여 매일 감기환자들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매 가정들에서 끓인 물을 마시고 아침저녁으로 소금양치질과 칫솔질을 자주 하도록 권하고 있다”며 “또 오미자와 식초를 많이 먹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해설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했다.

특히 시장과 학교와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들이 집중 방역지역로 꼽히고 있다.

그는 “학교마다 방화수(화재방지용 물을 채운 용기)통에 매일 물을 갈아놓고 휴식시간마다 학생들이 손을 씻도록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교에 올 때 병에 소금물을 넣고 와 휴식시간마다 양치질을 하게 한다” 말했다. 학교에 수도시설이 없는데다 아직까지 교실마다 난로불을 피워 난방을 보장하다보니 방화수 물을 이용해 손세척을 한다는 말이다.

북한에서는 신종플루를 여전히 ‘돼지독감’이라 부르는 탓에 일부 시장에서 돼지고기 판매가 금지되는 헤프닝도 벌어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공식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시장을 단속하는 보안원(경찰)들이 돼지독감을 이유로 돼지고기를 못팔게 하고 있다”면서 “혜산시장, 위연시장, 마산시장에서는 지금도 돼지고지를 구경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은 또 신종플루를 확산시키는 행위를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로 규정하고 국경지역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소식통은 “국경지역 인민반 회의에서 ‘중국에 돼지독감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친척방문자)들과 밀수꾼들을 통해 독감이 퍼질 위험이 있다’며 ‘밀수행위를 하다가 독감을 묻혀온 자는 국가에 대한 반역자로 엄벌에 처한다’고 선포했다”고 말했다. 현재 친척방문을 목적으로 중국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는 보름동안 특별 감시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신종플루 감염 사망자가 있냐’는 질문에 “요새 감기환자가 많아서 누가 돼지독감이고 누가 감기인지 알 수 없다”면서 “병원에서도 감기환자에 대해 ‘돼지독감’이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달 30일 “조선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와 지역에서 신형독감 감염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여 비행장, 무역항, 국경초소들에서 검역사업이 보다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