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현대판 노예극 ‘아리랑’을 조사해야 한다

▲ 북한 유치원생들의 아리랑 공연 모습

이달 15일부터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의 막이 올랐다. 한국에서는 단체 참가자를 모집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언론과 외국인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평양을 찾았다. 영국 BBC 기자는 공연을 본 이후 “흰 옷을 입은 1천여 명의 여성들이 북한의 완벽한 지도를 만들어냈다”며 “굉장한 공연”이라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아리랑 공연은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특이하고 굉장한 공연이다. 공연의 규모와 정교함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공연 장면 하나하나가 펼쳐질 때마다 수 천명이 나와 노래와 춤, 집단율동을 한 동작으로 연출한다. 수 만 명이 참가하는 배경대 카드섹션은 첨단 전광판을 능가하는 그림을 그린다. 오직 참가자들의 손짓, 몸짓, 발짓에만 의해서 말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공연이 북한의 특수한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율동이며, 과거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생들이 큰 행사를 앞두고 연습한 메스게임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러한 해석은 김정일 수령주의 독재나 남한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나 비슷하다는 말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아리랑 공연은 우리의 메스게임과는 훈련의 강도와 기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 십장의 색깔판을 지휘자의 구령 하에 바꿔가는 어린이의 긴장 어린 눈빛과 기계 같은 손동작, 공연에 아이를 참석시킨 부모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봤다면 결코 이처럼 말하기 힘들 것이다.

아리랑 공연은 연습기간만 반년이 넘는다. 정교한 동작은 1년이 걸린다. 실제 공연은 2∼4개월 정도다. 1년 가까이 학업과 생활을 포기하면서 매달려야 한다. 공연 참가자들은 군대조직을 본뜬 중대, 대대, 연대 단위에 소속된다. 당연히 매주 주생활총화가 진행되고 매달 정치강연회도 열린다. 이 자리에서 공연에 불성실한 사람에게는 여지없이 날 선 비판이 가해진다.

뙤약볕이 내리쬐고 눈보라가 쳐도 연습은 멈추지 않는다. 공연에는 유치원생들도 있는데 이들도 노래에 맞춰 수 천 명이 한 동작으로 움직이고 일부는 마치 서커스단과 같은 줄넘기 묘기를 보여준다. 또 유치원생 전원이 체조선수처럼 제자리 물구나무서기, 물구나무 돌기를 한다. 그리고 큰 함성을 지르며 뭉쳐서 “장군님과 함께 가면 천리 전승길”이라고 노래한다. 이런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어린 아이들은 수천번, 수만번 한 동작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

유치원생들도 군대 사열식에나 등장하는 발걸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발끝을 곧게 펴고 두 발을 지상에서 60cm까지 교차 차기를 하는 것이다. 이 ‘교차 차기’는 한발로 땅바닥을 힘껏 때리면서 그 반동으로 다른 발을 들어올리는 것인데, 온 몸의 힘을 모아 힘껏 콘크리트 바닥을 하루 종일 차고 나면 내장이 온통 뒤틀리는 것 같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아리랑 공연은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와 체제선전을 위해 주민들을 가혹하게 훈련시켜 내보이는 현대판 노예공연이다. 주민들은 공연을 거부할 권리도 없고, 공연이 끝난 후 충분한 대가도 주어지지 않는다. 2005년 참가자들에게는 재봉기가 1대씩 ‘장군님의 선물’로 주어졌다.

북한 공연관계자는 아리랑 공연을 두고 한 이방인에게 “이 행사는 당신들 나라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며, 우리 국민들을 결집시키는 의지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왜 이러한 공연이 북한에서만 가능할까? 수 만 명의 주민을 동원해 연습시켜 기계처럼 정교하게 만든 후 공연으로 내보낼 수 있는 나라는 바로 오로지 김정일 독재정권 하의 북한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아동협약 당사국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모든 아동은 경제적으로 착취당해서는 안되며, 건강과 발달을 위협하고 교육에 지장을 주는 유해한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린이 헌장’에서 건강한 신체, 올바른 교육, 부당 노동 거부 등의 권리가 규정돼 있다.

북한 아리랑 공연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리랑 공연이 가지고 있는 아동 인권침해 요소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오직 수령의 위대성을 찬양하기 위한 집단 노예극을 향해 박수치고 환호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