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속성 바꾸는 힘은 민간대북방송에서 비롯된다

북한군의 목함지뢰 공격으로 시작된 한반도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무력충돌로 치닫기 직전, 남북고위급접촉이 열렸지만, 사흘이나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측은 지뢰도발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우리측의 기세로 볼 때,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 어렵다. 판문점 접촉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긴박한 정세에서 정확한 선택을 하기 위해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현재와 같은 남북긴장관계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은 무엇인가?

한반도 긴장의 핵심 요인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이며, 이 같은 도발은 북한 체제와 정권의 속성에서 비롯됐다. 북한 정권은 90년대 이후 선군정치를 내세워 체제를 유지해왔다. 김정은 정권의 총노선도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이다. 물론, 경제력과 군사력이 무력으로 통일할 정도는 안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면전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선군을 핵심정치 노선으로 삼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온 북한정권은 그것을 활용해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목함지뢰 공격을 통해 안으로는 인민을 결속시키고, 밖으로는 한국정부를 협박해 체제와 정권 유지에 필요한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북한 정권의 생존 방식이다. 이것이 북한의 군사도발과 한반도 긴장의 근본적 요인이다. 이러한 정권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한반도 긴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 때마다 우리 국민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근본적 요인이 북한의 체제와 정권이라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북한 체제와 정권의 속성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편으로는 긴박한 당면 정세에 대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체제와 정권의 변화를 끌어내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근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결정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배급사회에서 시장경제사회로 이행을 촉진하고 있는 북한의 장마당화다. 둘째, 북한으로 유입되는 외부 정보량이 증가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북한 주민의 의식혁명이다. 특히, 최근 남북대결 상황에서 대북방송에 대한 북한정권의 극심한 거부감은 북한 사회 변화에 미치는 외부 정보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줬다. 셋째, 만약 북한정권이 개혁과 개방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중국이 한반도 미래를 설계할 제1파트너를 북한정권에서 한국정부로 교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첫 번째 변화는 이미 북한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현 단계에서 외부 지원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않는다. 세 번째 변화는 북한 내부의 변화 폭과 속도,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대전략과 정치, 경제적 역량이 갖추어져야 일어날 수 있다. 지속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외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고, 현 단계에서 충분히 가능하며, 비용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것은 두 번째다. 사회의 주인은 사람이다.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의식을 바꾸고 그것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민간대북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 전지역, 전주민을 향해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민간라디오방송을 분단 70년을 맞이해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 정부가 AM 라디오 주파수와 송신소를 민간방송에 제공해야 한다. 주파수 출력은 200~300kWh가 가장 효율적이다. 2) 민간대북방송의 방송 시간을 늘려야 한다. 북한 주민이 외부 라디오를 가장 많이 듣는 오후 6시부터 새벽2시까지, 새벽4시부터 아침8시까지, 하루 12시간이 가장 효율적이다.

만약, 이 두 가지가 실행된다면, 북한 주민의 약5~7%, 최소 100만명 정도가 외부 방송을 청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북한, 국제뉴스, 그리고 자유, 인권, 북한민주화, 개혁개방, 한반도 통일 등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받는 북한주민 100만 명은 북한 변화의 든든한 주력 일꾼이 될 것이다. 민간대북방송을 강화하기 위한 대북방송사들의 치열한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