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부는 北 인민의 편에 확실히 서라”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북한 내부 반(反)체제 조직의 활동이 사실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진달래회’ ‘압록강동지회’ 등 반(反)김정일 단체의 활동소식이 중국의 소식통과 일부 성명서를 통해 전해지긴 했으나 중국에서의 활동인지, 북한 내부의 활동인지 확실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The DailyNK’가 13일 최초 입수한 <자유청년동지회> 동영상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 반(反)김정일 단체가 분명히 존재하며, 반체제 활동이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

동영상은 함북 회령시 ‘1.17 공장’ 내부에 붙은 ‘김정일 타도’ 격문을 선명히 보여주고 있으며, <자유청년동지회>의 성명서는 ‘개혁개방만이 살길’이고, ‘김정일 독재정권을 끝장내기 위한 세계적 판도의 국제연대’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이는 반체제 조직의 활동목표가 ‘개혁개방’이며 ‘김정일 독재정권 종식’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30대 함경도 출신(추정) 남성의 육성 성명은 오늘날 북한이 당면한 모순을 정곡을 찌르며 파고든다.
“김정일은 개혁과 개방을 하면 인민은 잘 살고 자기는 죽는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인민들은 독재정치를 하면 김정일은 살고 인민은 굶어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정일은 하루 빨리 인민들의 염원에 맞게 개혁개방을 하든가, 정권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김정일이 살면 인민은 굶어죽고, 인민이 살면 김정일은 죽는다-’.
이 한마디의 육성은 지금 2300만 북한인민의 절절한 염원이 무엇인지, 오늘날 북한문제의 본질이 도대체 무엇인지, 수백 수천마디의 레토릭을 단 한방에 깨부수며 육탄으로 설명한다. 2300만 인민들의 함성을 담아낸, 이보다 더한 쾌도난마가 어디에 있는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이 육탄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
쌀 1kg을 얻기 위해 치마를 걷어보지 못한 사람은, 한 조각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동상(凍傷)에 잘려나간 발을 끌면서 온몸을 굴려 시장바닥 국수 한가락을 주워 먹지 못한 사람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냉이 10알로 하루를 연명하며 위장의 크기를 거꾸로 하루 강냉이 분량에 맞게 조절하며 몸부림쳐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죽음의 문턱에서 나오는 ‘생명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 있다.
“북한붕괴 가능성 거의 없다”(노무현) “북한붕괴론을 언급하는 사람은 아마추어, 전문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문정인) “3,4년 안에 통일되면 하루는 즐겁겠지만 그 다음은 고통”(유시민)이라며, 아직도 ‘김정일정권=2300만 인민’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그리하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30대 북한청년의 절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김정일마저도 알고 있는 사실을 애써 외면해보려는 것이다.

“김정일 독재정권과의 공조 당장 끊어라”

이제, 노무현 정부는 말해야 한다.
우리는 대북 경제지원을 반대하지 않는다. 쌀 비료 의약품 생필품을 지원하여 북한인민들이 그나마 생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원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주는 지원이 북한 인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들어가는지, 야자 상어지느러미탕을 즐기는 김정일의 뱃속에 들어가 결과적으로 김정일 독재정권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우리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우리가 주는 금강산 관광달러가 북한인민의 참혹한 삶을 구제하는 데 들어가는지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들어가는지를 이제 우리 국민들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가 답변해야 할 차례다. 우리 국민들 앞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 전세계 양심적 진보역량 앞에 정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참여정부의 민족공조 노선이 김정일 독재정권과의 공조인지, 2300만 북한 형제들과의 공조인지 분명한 어조로 밝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첫째, 노무현 정부는 김정일 독재정권과의 공조를 당장 그만두고, 개혁개방과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요구하는 북한 인민들의 편에 확실히 서라.
둘째, 북한 땅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실현하는 정책을 대북정책의 기본 어젠더로 올려라.
셋째, 김정일 정권이 존재하는 한 핵무기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독재정권의 평화적 교체를 위한 미 일 중 러 유럽과의 국제연대를 강화하라.
넷째, 탈북사태는 김정일 독재정권이 수명을 다했다는 확실한 증거인만큼, 탈북자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전력을 다하라.

‘The DailyNK’는 북한인민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북한의 내부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할 것이며, 전세계 진정한 진보역량과 손잡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손광주 편집국장 sohnkj21@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