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 “영화 ‘주몽’보며 민심 참 중요하다고 느껴”

▲8일 열린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남북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8일 열린 제5차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풍자하는 글을 소개하면서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한 것을 놓고 남북 양측이 미묘한 설전을 벌였다.

북측 김영철 단장은 “미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살리기’라는 정치유머를 읽었다”며 “미국 대통령 부시가 아직 위험한 사경에 처한 것을 알리는 이야기”라며 운을 뗐다.

김 단장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및 이란 문제와 조선반도의 핵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다 앞에 오는 차를 의식하지 못하는 위험에 처했다가, 옆을 달리던 고등학생들이 소매를 잡아당겨 위기를 모면했다”는 내용을 남측 대표단에 소개했다.

그는 “부시가 교통사고에서 자신을 구해 준 고등학생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하자 그 학생이 ‘이라크 전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웨스트 포인트 군사학교에 보내주면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학생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우리를 위한 묏자리를 부탁한다. 부모님이 부시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한 것을 알면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측이 미국의 대외 군사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남측은 지도자에 대한 풍자를 금지하는 국가에 북한이 포함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반박했다.

우리측 정승조 수석대표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그런 유머가 가능한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반영된 게 아니냐”면서 “통상 어떤 곳에 가면 정치 지도자를 대상으로 그런 유머를 구상하는 곳은 엄격히 금지된 곳이 많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정 대표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그런 유머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선진화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북측 김 단장은 “민주주의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답한 뒤 최근 종영된 MBC 사극 ‘주몽’을 예로 들며 화제를 돌렸다.

그는 “얼마 전에 남조선에서 만든 영화 주몽을 본적이 있다. 그 주몽에서 민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유민들의 민심, 강성나라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민심을 타는 정치 지도자들은 언제나 승리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김정일 위원장께서 최근 일꾼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주 뜻깊은 말씀을 하셨다.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 일꾼들은 민심을 읽으면 성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