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군정치’ 이끌어 갈 新군부는 누구?

지난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군사 공격에 이어 사이버테러 영역에까지 북한군의 대남도발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내외의 체제 불안 요소가 군부의 역할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다.


후계자 김정은에게로 권력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군부 장악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관심이다. 체제 유지의 핵심세력인 군부 엘리트들에 대한 장악이 후계 안정의 사활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김정은 후계 세습 과정에서 후계체제를 보위 및 충성할 수 있는 신진 군부 인사들을 대거 발탁, 권력 핵심부에 배치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태양절(4.15)을 계기로 대장 4명을 포함한 군 장성 100명을 대거 승진 조치한 것은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군인사 승진는 김정일 체제 공식출범 1년 전인 1997년 이후 최대 규모로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화를 위한 인사로 평가됐다.


◆ 김정은 후계 세습 과정서 대규모 軍인사 단행=지난해 당대표자회 전날에도 김정은, 김경희 등 6명에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했고, 상장 1명, 중장 6명, 소장 27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올해 태양절을 이틀 앞두고도 상장 2명, 중장 5명, 소장 38명에 대한 군 최고사령관(김정일) 명의의 승진 조치가 이뤄졌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새 185명 가량이 계급장에 별을 추가한 것이다. 김정은군(軍)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젊은층인 신진 군부 그룹들을 부상시켜 후계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김정일의 최측근들은 점차 후견인 역할로 밀려나고 있다.


군부 내 신진그룹들은 김정은 후계구축 과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다가 세습 완료 시점 이후부터 실질적으로 권력의 중앙부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정보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의 식량난·경제난 등이 심화될수록 김정일은 군대를 더욱 내세울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신진 군부 등용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이들이 후계체제를 뒷받침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 되면서 충성심과 실력을 갖춘 30-40대 중간급 간부들이 인민보안부나 군 내부에서 실세로 등장할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 각 분야에서 3대혁명소조를 통해 후계구축을 안정화 구축을 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혁명 3세대나 김정일 측근 2세들이 핵심 요직에 약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김정은 최측근 그룹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일이 후계자 등극 과정에서 빨치산 출신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구축했던 만큼 김정은도 혁명 1세대 내지는 2세대의 자식들을 중용해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 후계 공식화 이전인 2008년 말부터 혁명 2세대들을 발탁·중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2008년 말부터 후계 구축을 위해 군부 고위 간부들의 2세들 중 충성심이 높은 신진 엘리트들을 조직적으로 선발해 왔다”며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장성택, 이용호 등이 신진 군부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중용된 이들은 향후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당대표자회와 올해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이뤄진 김정일의 군인사 승진도 김정은 후계 구축 강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혁명 1세대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57) 노동당 군사부장이 지난달 12일 상장으로 승진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함께 상장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당대표자회)에 중장으로 승진한 지 6개월만에 별 하나를 또 달았다. 당시 승진 조치된 중장 5명, 소장 38명 등도 김정은 후계와 밀접히 연관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은덕’ 강조해 충성심 유도=이와 관련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요즘 기본 전투단위의 군관들이 젊은 사람들로 교체되고 있다”면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한 사람 가운데 30대 중반에 벌써 대대장으로 진급한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이번 승진한 30여명의 군부 인물들은 김정은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할 때 이를 떠받치는 세력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인사에서 김정은이 별을 달아줬다는 등 김정은의 은덕을 강조해 이들의 충성심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장이 관할하는 당 군사부는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교도대 등 예비병력을 지휘하고 있어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한 후계 지지 기반 구축의 핵심적인 기능을 맡고 있는 곳이다.


황병서(62) 부부장은 조직지도부에서 군사 분야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5년 하반기부터 김정일의 각종 시찰에 동행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한편, 김정은의 군권 장악을 지휘할 핵심인물은 이영호(69) 총참모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는 9월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군사위부위원장 자리에 오르며 막강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김정일이 김정은의 군권 장악을 사실상 이영호에게 맡겨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당에 최룡해 당비서가 있다면 군에서는 이영호가 김정은 권력 승계 과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특히  신진 군부 엘리트들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이영호는 김정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후계 체제에 충성할 신진 군부 엘리트들의 인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김정일보다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정일이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군(軍)과 정(政)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후계자 김정은도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하게 될지 주목된다. 일단 지난해 9월 김정은이 당 중앙위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만큼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하는 후속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당중앙을 통한 군의 지도·지휘라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군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를 통해 리더십을 보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 소장은 “후계 구축 과정에서 군내 정치조직인 총정치국의 기능을 강화하고 김정은의 직접 지휘를 통해 군을 장악하려 할 것”이라면서 “김정일이 당을 통해 리더십을 보완했다면 김정은은 군대에 대한 지휘를 통해 군에 대한 충성심 고취와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