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 선정 2008 北 생활·문화·스포츠 10대뉴스

2008년 정권수립 60돌을 맞은 북한은 어느 해보다 문화, 예술, 체육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의 결과물을 내왔다.

특히, 우방인 중국에서 개최된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고, 여자축구는 2008년도 FIFA U-17 여자축구월드컵 우승과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해 세계최강 수준을 입증했다.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 김정일 출생 70주년을 맞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공언하며 105층짜리 류경호텔 공사를 재개하는 등 수도 평양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휴대전화 서비스 재개통과 교육·병원시설의 확충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뉴욕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비롯해 외부세계와의 교류에서도 북한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 여자 축구 세계 정상 확인

2008년 북한 여자 축구는 주목할 만한 기록들을 쏟아 냈다.

11월 16일 FIFA 17세 이하(U-17) 여자축구월드컵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12월 8일 2008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11월 20일에는 김광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북한 여자 축구의 비결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U-20 여자 월드컵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도 인저리 타임에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고, 결승전에서도 0-2로 뒤지다가 종료 직전 만회골을 뽑아 낼 정도로 체력에 기반한 조직축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뉴욕 필하모니 평양 공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상임지휘자 로린 마젤)는 2월 26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가졌다. 뉴욕 필은 북한의 국가를 연주했고, 무대에는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됐다. 북한 청중들은 미국의 국가연주를 듣고 박수로서 예의를 갖췄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과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했고, 앙코르 요청을 받고 ‘아리랑’을 연주하기도 했다.

북한은 뉴욕 필 단원 130명과 동행 취재진 등 300여명이 체류했던 양각도 호텔에 임시 휴대전화 및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토록 조치했다.

하지만, 뉴욕 필 단원들을 태운 비행기가 떠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평양의 야경을 밝혔던 불빛들이 꺼지면서 뉴욕 필의 공연이 단지 전후(前後) 최대의 ‘평양 쇼’일 뿐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편,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뉴욕 필 평양공연의 답방공연 형식으로 내년 상반기 뉴욕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北, 베이징 올림픽 종합성적 33위

2008 베이징올림픽서 북한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총 6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성적 33위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최고 성적이다.

북한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12년간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었다. 금 4, 동 5개로 종합 16위에 오르며 일본(17위)을 앞질렀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초라한 모습만 보여줬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북한은 박현숙(23) 선수가 여자 역도 63kg급에서 금메달, 홍은정(19) 선수가 여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금메달, 안금애(28) 선수가 유도 여자 52kg에서 은메달, 오종애(24) 선수가 역도 여자 58kg급에서 동메달, 원옥임(22) 선수가 유도 여자 63kg급에서 동메달, 박철민(26) 선수가 유도 남자 66kg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50m 권총에서 한국의 진종오 선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북한의 사격대표 김정수 선수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하루 만에 메달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아리랑 공연 흥행 실패, 주민에게도 표 팔아

북한은 베이징올림픽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 8월 4일부터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상품을 내 놓았으나 흥행에 실패해 주민들에게까지 입장권을 판매했다.

과거에는 직장의 모범 노동자들을 뽑아 금수산기념궁전과 함께 아리랑 관람을 무료로 시켜주었으나, 올해는 돈을 받고 사람들을 모집해 평양에 오도록 했다.

평양인근 강동군 노동자들의 경우 버스 왕복비, 식비, 관람료 등 8천원의 돈을 내면 오전에 출발해 혁명열사릉, 만경대 유희장,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고 새벽에 돌아가는 일정이 적용됐다.

북한의 아리랑공연은 2002년 김일성의 90회 생일을 기념해 처음으로 선보인 북한의 집단체조로 외국 관람객에게 강성대국, 선군정치의 우월함을 선전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 실리추구를 도모코자 진행되고 있다.

음악과 무용뿐 아니라 매스게임, 가트섹션, 체조, 서커스 요소까지 가미된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국내외 인권단체들로부터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이 올해 새로 선보였던 집단체조 ‘번영하라 조국이여’에서는 각급 학교 학생, 유치원생 등 수 만 명을 동원했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집단체조 ‘아리랑’을 ‘몸과 마음 또는 영혼을 환기시켜줄’ 아시아 최고의 문화공연으로 선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제11차 평양국제영화제…‘저 하늘의 연’ 특별상영상 수상

1987년부터 2∼3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인 ‘평양국제영화제’가 올 해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11번째를 맞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중국영화 ‘집결호(集結號)’가 최우수영화상, 연출상, 기술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영국영화 ‘어톤먼트’(Atonement)는 촬영상과 미술상을 수상했고, 이란영화 ‘주선’은 문학상을 받았다.

중국 펑샤오강 감독의 영화 ‘집결호’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국민당간에 치열한 해방전쟁이 벌어진 1948년을 배경으로 처참한 전쟁 속에 피어난 전우애를 그린 작품으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개막작으로 참가한 바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특별상영상으로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배경으로 한 북한 예술영화 ‘저 하늘의 연’이 수상했다. 이 영화는 북한 주민들이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기에 ‘나라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생각으로 부모 잃은 어린이 33명을 스스로 맡아 키운 평양시민 서혜숙(51·여)씨의 이야기를 그렸다.

▲北 학생들 중국어 세계대회 1·2·3등 싹쓸이

올 해 7월 15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지난(濟南)시에서 열린 ‘제1차 세계 중학생(중·고교생) 중어경연’에서 북한 여학생 3명이 1, 2, 3위를 차지했다.

25개국, 30개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평양외국어대학의 외국어학원 6학년 최혜영, 최지혜 학생이 공동 우승, 서윤미 학생은 개인종합 3등을 차지해 북한 ‘여중생 3인방’이 개인종합 1~3위를 휩쓸었다.

지난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모스크바 푸슈킨국립러시아어대학에서 열렸던 제12차 국제학생 러시아어 올림픽도 북한 학생들의 독주 무대였다. 평양외국어대학 외국어학원 학생들은 최우수상 2명, 1등상 7명, 2등상 2명의 성적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7월 10일부터 22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49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북한 학생들이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로 종합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4월 7일에 개최된 제32회 국제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최종결선에 사상 처음으로 김책공대 팀이 참가하기로 했으나,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참가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北, 외부지원으로 교육·병원 시설 늘려

스위스-베트남소규모대상재단의 후원으로 지난해 홍수 피해로 폐허가 됐던 강원도 법동군내 산골학교들이 새롭게 완공됐다. 폴란드 정부는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 60돌에 즈음해 11월 27일 평양외국어대학에 교육 설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국제기구들로부터 자재와 설비를 지원 받아 처음으로 장애 청소년들의 예체능 훈련장인 ‘청소년예술 및 체육양성센터’ 건설을 시작했다. 이 시설에는 남한의 대북 지원단체인 ‘등대복지회’가 건축자재, 재활장비, 사물놀이 악기 등 3억원 상당을 지원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어린이어깨동무’가 지원하는 평양의학대학병원 내 ‘어깨동무소아병동’이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8월말 준공했고, ‘우리민족서로돕기’에서 6억6천만원을 지원한 평양 정성의학종합센터 종합품질관리실도 준공식을 가졌다. 조선적십자종합병원 이비인후과와 두경부외과 수술장도 9월말 문을 열었다.

이외에도 평양시 제1인민병원 부설 치과병동, 평양시 강남군에 있는 장교리소학교 등이 건립됐고, 북한의 평양 락랑구역에 건립중인 ‘평양락랑섬김인민병원’은 내년 6월께 준공될 예정이다.

▲북한에서 첫 e스포츠대회 선보여

국내 게임개발 업체인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우)는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게임 업계 최초로 북한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스페셜포스 금강산 스페셜 파티(Special Party)’를 개최했다.

선수 및 초청 유저(User), 응원단 등 총 260여 명이 참가한 이 행사에는 미스코리아와 슈퍼 모델 출신 4명으로 구성된 여성그룹 LPG가 특별무대를 가졌다. 금강산이 북한 일반인들에게는 제한된 공간이지만, 북한에서 e스포츠대회가 열렸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북한에 부는 교육 열풍…영어·컴퓨터 소학교 3학년부터 실시

북한은 2008학년도 2학기인 9월부터 영어 및 컴퓨터 조기교육을 전역에서 일제히 실시했다.

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해당하는 중학교에서 배우던 영어와 컴퓨터에 대한 기초부문을 초등학교에서 해당하는 소학교 3학년부터 시작, 기존보다 2년을 앞당겼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00년부터 평양1중학교를 ‘정보산업 시대의 요구에 맞는 인재양성 교육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학교’로 선정해 5년간 시범 실시하기도 했다.

또, 미 국토안보부의 ‘미국 내 북한 유학생 현황’ 자료(2008년 1월 기준)에 따르면 학생비자(F·M), 교환방문비자(J) 등을 받아 미국의 정규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어학과 직업연수기관 등에 등록된 북한 유학생은 34명에 달한다.

▲휴대전화 서비스 재개

북한은 2004년 6월 발생했던 룡천역 폭발 사건 이후 중단 됐던 휴대전화 서비스를 12월 15일부터 재개했다.

2002년 11월 북한은 태국의 록슬리 그룹과 공동으로 동아시아전화통신회사(NEAT&T)를 설립, 평양시와 라선시에 휴대전화를 처음 보급한 뒤, 각 도 소재지는 물론 군(郡)지역까지 이동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가 룡천역 사건 이후 서비스를 중단했었다.

중동지역 최대 이동통신사인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의 투자를 유치해 ‘고려 링크’라는 이름으로 실시되는 이 휴대전화 서비스는 일단 음성통신에 국한되고 있지만, 오라스콤은 향후 3년간 4억 달러를 투자해 평양 등 3대 주요 도시를 시작으로 휴대전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