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리랑공연’은 유엔아동협약 위반”

▲평양 시내에서 체조 연습을 하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 모습 ⓒ연합

“유치원생, 소학교 학생 등 수만명의 아동들을 동원해 집단체조와 카드섹션을 벌이는 아리랑 공연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학습권 침해에 해당한다.”

북한 아리랑 공연에 대해 국내 아동, 인권 전문가들은 유엔 아동협약을 심각히 위배한 행위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2005년 이후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준비하면서 체조대(무대 공연)와 배경대(카드섹션 연출)에 아동 수만명을 동원해 최소 6개월간 군사식 편재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해오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2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아리랑 공연에 출연하는 아동들이 혹독한 훈련을 받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심각히 위배된다”면서도 “북한은 유엔차원이나 국제사회가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격리되어 있다”며 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아동들이 아리랑 공연에 참여하는 동안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학습권에 침해를 받고 있다”면서 “북한은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지만 현재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아동들이 아리랑 공연에 연습하는 동안 집단적으로 합숙을 하는 등의 수용시설에 대한 조사와 혹독한 훈련이 아동들의 신체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따른 권고를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한의 언론들이 지난 2005년 아리랑 공연이 마치 우리나라의 한 학교가 개최하는 행사처럼 묘사하는 것에 실망했다”면서 “언론은 아리랑 공연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동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동작 수천번 반복은 성장발육에도 악영향”

아시아 아동, 여성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아시아인권센터 허만호 소장도 “수만명의 아동들을 출연시켜 아리랑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면서 “이러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아동들 동원은 명백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허 소장은 특히 “한 동작을 위해 수천, 수만번 반복하는 것은 아이들 성장에 도움이 안되는 혹독한 운동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아동의 인권과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일성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아리랑 공연에 수만명의 아동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면서 “한국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북한에 제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혜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인권위원으로서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사회 각 계층별로 인권문제는 존재하며, 아동 인권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북한 체제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문제가 없는 것이 없다”면서 “아동, 여성 등 일반 사람들까지 인권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권운동사랑방측은 북한 아동들의 동기부여와 자발적 참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조건에서 남한의 기준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박석진 인권운동사랑방 북 인권담당자는 “아리랑 공연 연습에서 아동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아리랑 공연과 과거 남한의 운동회에서 체조 연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아동들의 의사와 반해 강제적으로 동원되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유럽국가에서도 아동들이 서커스 공연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리랑 공연 자체는 나쁜 것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체제 선전을 위한 집단체조 등은 일상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아동들도 이러한 자연스러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체제 선전에 이용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 ‘아리랑’ 공연이 북한 아동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관람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에 대해 논의했으나 표결 끝에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