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4년… ‘北 개방파’ 만들어야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데일리NK

개성공단 사업은 그동안 양면성을 보여왔다.

첫째, 북한의 시장경제 학습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인 계약관계를 중시하도록 하는 데 일정한 학습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일한 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도 있다.

반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핵개발 등 군사비로 전용된다는 의혹과 근로자 임금의 태반이 결국 김정일의 독재통치 자금으로 들어간다는 비판이 있다. 아울러 북한당국이 개성공단을 한미 이간용으로 활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사업은 4년째에 접어 들면서 남북경협의 대표적인 경협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만1천342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누적생산액은 1억달러를 넘었다. 수출실적은 지난 연말까지 2,100만 달러를 기록,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취재①] 개성공단, 北개방-체제지원 양날의 칼

과거와 현재… 개방의지 꺾어 비판론도

개성공업지구 2000만평 3단계 개발계획 중 100만평에 해당하는 1단계 사업은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 정부는 25일 “오는 4월에 개성공단 1단계 잔여부지 분양에 들어가고, 하반기에는 2단계 개발 준비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1단계 조성사업에 약 3500억원(2006년 12월까지 정부 및 민간 총투자액)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한 상태다.

개성공단 사업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고, 장기적으로 북한 내부에 시장경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남북경협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진출을 앞두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 논리보다는 기업논리가 공단 운영을 지속시키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통해 개혁개방 촉진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산적해 있다.

현재 북한정권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한계가 있다는 점과 개성공단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김정일 정권에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경협 모니터링을 해온 NGO들은 개성공단의 긍정성에 동의하면서도, 개성공단 내의 기업들이 시장경제에 입각한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산성 저하 등 많은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개성공단, 개방에 우호적인 北 관리 고무시킬 것 = 그동안 ‘개성공단이 북한의 실질적인 개혁개방에 기여할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 되어 왔다. 정부를 비롯해 개성공단 사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 시범단지에는 15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본 단지에는 24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시범단지에 일하고 있는 북한주민은 1만여명이다. 향후 분양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개성공단 본 단지에 300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하게 되고, 10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남측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이는 북한근로자들이 남한근로자들과의 접촉이 늘어날 뿐 아니라 시장경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북 근로자 1가구당 4명의 가족이 있다고 가정하면 40여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시장경제를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향후 개혁개방에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남한 사회에 대한 정보, 즉 시장경제 유입은 북한의 개방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북한 당국의 간부들을 고무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개방에 보수적인 북한 고위관리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도 보인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개성공단에 1만명 이상 북한 노동자들이 있을뿐 아니라, 공단 확대에 따라 10여만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남북간 접촉면 확대를 통해 북한이 변화를 택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개혁개방 의지 없어 개성공단 한계 봉착 주장도 =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성공단 사업이 제대로 되어야만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현재 김정일 정권으로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실질적인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북한정권의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성공단만으로는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또 북한의 개방은 종합적인 개혁이 수반되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현재 북한의 개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북한주민들의 의식변화 등 일정정도의 시장경제를 학습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의 개혁개방 의지가 없는 이상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고, 보유한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자회담 ‘2∙13 합의’로 남-북, 미-북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긴 하지만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이영훈 동북아경제연구실 과장은 지난해 말 발표한 ‘남북경협의 현황 및 평가’ 논문에서 “남북경협은 북한경제 회복에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등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 대학 교수는 지난해 개최된 남북경협 정책 심포지엄에서 “개성공단 개발과 관련해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가장 큰 변수”라며 “핵문제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는 어렵다”고 전망한 바 있다.

◆“‘유무상통식’ 경협방식으로 현금거래 논란 불식시켜야” = 이와 함께 개성공단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김정일 정권에 의해 유용된다는 점도 논란이 되어 왔다.

개성공단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에 지불되는 임금 중 상당액이 북한 당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통일부는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불된다고 설명해왔다.

통일부에 의하면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으로 북한당국에 지불되는 금액은 57.5달러(최저임금 기준)다. 현재 개성공단의 노동자가 1만여명이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매월 우리 기업들이 북한 당국에 57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지불하는 상황이다.

57.5달러에는 사회보험료(15%), 사회문화시책비(임금의 30%),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55%)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북한 노동자들은 매월 35달러 정도를 받게 된다.

개성공단에 유입되는 현금의 오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북한당국에 지불되는 세금성격의 현금뿐 아니라 북한 근로자들 임금의 상당부분이 북한 당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 근로자들이 35달러를 정확히 받고 있는지를 북한당국이 자세히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것.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개성공단 노동자가 받는 월 임금 57.5달러 가운데 30달러가 노동당으로 들어가고 노동자 개인에게는 10달러, 나머지 17.5달러는 보험료 등 기타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산업자원부 공문을 공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의 절반 이상이 북한 노동당의 현찰수입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과 합작으로 ‘고려상업합영회사’를 설립, 중국 등지에서 생필품을 수입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한국계 호주인 송용등 씨는 지난 1월 세금 명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성 근로자들에게 현물 구매권 형태로 지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임금직불제를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이 강력히 거부하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남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직불제를 협의했으나 북한당국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을 모니터링해온 NGO들은 남북경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 직접 현금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닌, 남한이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은 부존자원 등을 제공하는 유무상통식 경협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남북경협시민연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현금거래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경협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2005년 7월 남북은 경제협력추진원회 합의문에서 유무상통식의 새로운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경협시민연대가 22일 주최한 ‘상생의 남북경협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토론회ⓒ데일리NK

◆NGO “시장주의 원칙 도입해야” =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싼 임금과 토지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개성공단의 긍정성을 강조한다. 반면 NGO들은 개성공단 내에 시장주의 원칙이 도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남한 입장에서 본다면 개성공단의 가장 큰 장점은 남한의 자본 및 기술이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 및 토지비용과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남북한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개성공단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반면 윤기관 충남대 교수는 22일 남북경협시민연대가 주최한 ‘상생의 남북경협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토론회에서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계획경제 시스템에서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과감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북한은 체제전환국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낙후된 제도나 관행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자본, 기술, 경영 노하우 등 내부 성장동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 북한 당국이 노무관리를 하고 남한은 경영만을 하기 때문에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토론에서 “노무·인사관리의 자율성 확보, 양질의 인력공급과 고용의 자율성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안정적 노동력 확보에 대한 북한측의 현실적 대책을 요구하고, 노무관리 자율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기문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도 지난해 ‘중소기업 희망포럼’에서 “북측 근로자 채용이나 상벌, 해고 등 인사 권한이 모두 북측에 있어 기업 활동에 적잖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8월까지 北에 2천8백만달러 지불 = 한편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4년부터 2006년 8월까지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받은 현금은 2천8백만 달러에 달한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는 북한 돈 2천5백만달러보다 많은 돈이다.

2천8백만 달러에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뿐 아니라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비, 골재비, 통신비, 세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통일부 자료를 통해 “개성공단이 완공되는 2012년에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로 매월 평균 994만 달러가 송금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중 실제 임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30% 미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1인당 평균 월급 66.3달러(사회보험료 포함)를 기준으로 할 경우 개성공단 1단계 공사 완료시점인 2007년말께는 북측에 매월 464만 달러(7만명 고용 기준)가 인건비로 송금될 것”이라면서 “이 금액은 2단계 완료시점인 2009년과 완공시점인 2012년에는 각각 862만 달러(13만명), 994만달러(15만명)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