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이후락에 “진정한 영웅…훈장 주고 싶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한국의 북한대학원대와 함께 2006년부터 운영하는 ‘북한 국제문서 조사 사업(NKIDP)’ 소개 팸플릿. ⓒ동아일보

옛 공산권 국가들의 비밀문서를 영어로 번역한 뒤 이를 통해 북한의 정책결정 과정과 배경을 연구한 자료가 최근 드러났다.

미국의 국제냉전사 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는 2006년부터 한국 북한대학원대와 공동으로 ‘북한 국제문서 조사 사업(NKIDP)’를 진행하고 있다고 24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북한 문서 프로젝트를 이끄는 제임스 퍼슨 박사는 23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드로윌슨센터에는 현재 옛 공산권 국가에서 수집한 자료가 6만 쪽 이상 보관돼 있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이번에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입수한 외교문서 39건을 토대로 1971년과 72년 남북 간 이뤄진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 ▲김일성 당시 내각 수상과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평양 비밀회담 ▲7·4남북공동성명 발표 ▲남한의 10월 유신 등에 관한 자료들을 공개했다.

1972년 5월 4일 김일성 당시 내각 수상과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첫 비밀회담 당시 김일성은 경제합작으로 시작해 정치, 문화 등의 확대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으나 이 부장은 이를 “‘합작’이라는 용어가 중국 공산화 연상되니 포함시키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회담에서 김일성이 이 부장에게 ‘용기 있는 사람’, ‘진정한 영웅’ 등의 표현으로 치켜세웠고 “조국의 통일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더욱 신뢰한다. 훈장을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자료는 밝히고 있다.

신문이 입수한 다른 자료로는 “우리가 잘 싸운다면 박정희가 남북연방제(북한의 통일방안)을 받아 들이도록 할 수 있다. 다음 남한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를 축출하고 신민당 후보(1971년 후보는 김대중)을 당선시킬 수도 있다”고 루마니아 대통령에게 전하는 외교문서도 있었다.

이어 문서는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남북한 평화통일, 국군과 미군의 감축 등 좋은 표어들을 만들어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동독의 외교문서에는 “우리(북한)의 평화공세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분단 정책과 일본의 군국주의 침투를 막고 남한이 미국과 일본의 원조를 받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남한 주민들이 7·4남북공동성명에 환호하면서 ‘김일성 만세’를 외치고 있으며 세계 여론도 김일성의 노선과 공동성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신문이 입수한 39건 중 21건은 당시 동독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보관해온 자료이고 나머지 18건은 한국의 문서보관소에서 나온 남북대화 문서라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