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포탄 쐈는데 도망…모두 남측 책임”

북한의 관광 사업을 총괄하는 기구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지 하루만인 12일 “우리는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도국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관광객이 금강산에 왔다가 7월11일 새벽 4시50분쯤 우리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경위에 대해 말한다면 남조선 관광객이 관광구역을 벗어나 비법적으로 울타리 밖 우리측 군사통제구역 안에까지 들어온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조선 관광객은 신새벽에 명백히 표시된 경계 울타리를 벗어나 신발을 적시면서 혼자 우리 군사통제구역 깊이까지 침범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 군인이 군사통제구역을 침범한 그를 발견하고 서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며 “공탄(공포탄)까지 쏘면서 거듭 서라고 하였으나 계속 도망쳤기 때문에 사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 남측은 이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측에 명백히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 당국이 일방적으로 금강산관광을 잠정 중단하도록 한 것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것은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으로서 우리는 남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올바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고 경위가 명백할 뿐 아니라 이미 사고 발생시 현대측 인원들과 함께 현장 확인을 한 조건에서 남측이 조사를 위해 우리측 지역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해 남한 당국의 조사단 방북에 대해 거부의사를 확실히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북한에 정부 당국자가 포함된 현지 조사단의 수용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북측은 전통문 수신을 계속 거부했다. 이에 통일부는 대변인을 통해 강한 유감 표명과 함께 북측의 협조를 촉구하는 전통문 전문을 공개했다.

정부는 전통문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으로 우리 측 관광객이 사망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관광객으로 간 민간인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적시했다.

또 “(박 씨가 총격을 받은) 새벽 5시경이면 육안으로도 사람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는 시간대인데,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여성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서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정부 당국자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금강산 현지에 긴급 파견하고자 한다. 귀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와 안보정책실무조정회의를 개최,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으며 북측 담화가 나온 뒤 통일부 차원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긴급장관회의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관련,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단 한명의 국민 생명도 소중히 여기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이번 사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간대에 저항능력도 없는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신속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