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있어 ‘북한인권대회’는 더욱 빛났다

8~10일까지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는 북한인권에 대한 전 세계적 연대를 끌어냈다는 평가 속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국제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던 데는 집행위원장과 집행위원 등 국내 저명인사들의 노력도 컸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숨은 일꾼들의 땀을 빼놓을 수 없다

국제대회를 뒷받침해 온 이들의 공통점은 북한 주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각기 다른 이유로 이번 대회에 합류했지만, 지금은 북한 인권에 대해 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공통된 마음을 가지게 됐다.

▲ 김윤태 사무국장

◆ 김윤태 공동사무국장

국제대회 준비위 사무국 총책임자로 행사의 자잘한 부분까지 챙겨야 했던 김윤태 사무국장. 그는 지난 10월 24일 행사 준비위가 꾸려진 뒤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다. 신촌의 작은 오피스텔에 준비위 사무실을 꾸리고 장소섭외와 프로그램 체크, 홍보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이 없었다.

김 사무국장은 “한국사회에 북한인권문제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얼마나 많은 사람 참여할까 우려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성공적으로 마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막상 대회가 열리자 침묵하던 많은 유명 인사들과 일반인들의 참여가 활발해서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며 “한국 사회 내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목표가 달성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간적, 인적 제한으로 행사 진행의 실무적 부분에서 아쉬움은 낳는다고.

김 사무국장은 “대회기간 동안 하루 2시간 정도 잤다”며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의 노력이 큰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용화 사무국장

◆ 이용화 공동사무국장

이용화 사무국장은 국제대회 준비를 위해 멀리 미국에서부터 날아왔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북한인권담당관인 그는 국내외 인사섭외를 위해 한달 전 부터 한국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회의원, 정부 당국자, 대학생 등 북한 인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만나 국제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이 사무국장은 “마지막 날인 10일 ‘북한인권콘서트’가 열렸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많은 분들이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콘서트가 끝난 후 북한인권개선을 염원하며 촛불을 밝혔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 촛불을 옮기기가 어려웠다” 며 “그러나 촛불을 밝히고 자리를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시작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북한인권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뤄왔던 한국 언론들이 이번 대회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이 의미있는 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 이대영 교수

◆ 이대영 교수

10일 오후 , 체감온도 영하 7℃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서울 청계광장 앞에는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속에 ‘북한인권콘서트’가 열렸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힙합가수들의 공연부터, 유명발레단의 환상적인 몸짓까지.. 콘서트에는 사람들이 하나되어 즐길 수 있는 순서들이 이어져, 지나는 시민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여기에 북한인권상황의 증언을 담은 동영상 ‘꽃동산’의 상영과, 납북된 아버지를 그리는 절절한 편지는 북한인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일깨워줬다.

이날 콘서트를 총연출한 장본인이 중앙대학교 이대영 겸임교수(문예창작학과)다.

이 교수는 “그동안 북한인권을 이야기하면 정치적으로 접근하거나 경직되어 있었다”며 “문화적인 힘으로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아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은 동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보편적인 가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콘서트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북한주민의 인권에 공감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자원봉사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 대학생 자원봉사자

이번에 대회에서 회의장에 들어서면 검은색 정장으로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국제대회 행사를 돕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다.

국제대회 성격에 맞게 해외 인사들이 많이 찾는 만큼 자원봉사자들의 임무는 통역이였다. 그러나 이들은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갖은 잡무도 마다하지 않고 땀을 쏟았다.

국제회의를 마친 9일 저녁,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서로 만난 지 이틀밖에 안됐지만 대학생 특유의 연대의식으로 친한 사이가 됐다.

명지대 북한학과에 재학 중인 정윤수(25) 씨는 “전공도 북한학이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행사를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원봉사을 신청하게 됐다”고 참여동기를 밝혔다.

정씨는 또 “이처럼 큰 규모의 국제행사에 정부가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쉬웠다”며, “자원봉사 활동에 많은 대학생들이 참가했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아직 이 대회가 어떤 취지로 진행되는지를 모르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희망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 ‘꽃동산’ 동영상 일부

◆ 국제대회 영상 담당

국제대회장 모든 현장에서 눈에 띈 사람이 대회의 ‘역사적 현장’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은 영화감독 지망생 권순도(28)씨다. 권씨는 환영만찬과 국제회의 때 상영된 15분짜리 북한인권실상 리포트 ‘꽃동산’을 만들었다.

지난 2년간 국민의 의무라는 생각으로 탈북자들을 찾아다니며 북한인권 실상에 대한 증언을 수집했던 권씨는 국제회의 준비위의 부탁으로 영상물을 만들게 됐다. 준비위 김윤태 사무국장이 부탁해 국제대회 촬영도 맡게 되었다고 겸손하게 말을 돌렸지만, 돈도 안 되고 육체적으로 힘든 이일을 순순히 맡아준 스물 여덟 청년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권씨는 촬영 중 가장 기억 남는 일로 탈북 어린 소녀 한미(5)양의 경우를 꼽았다. 지난 2002년 5월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 철문 앞에서 한 아이를 끌어내려는 중국공안을 탈북자 부모가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이 방영돼, 국제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영상물 ‘꽃동산’ 맨 앞에도 등장하는 이 장면에 마침 대회에 참석한 한미양이 자기가 나왔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권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졌다고 말했다.

권씨는 기회가 되면 북한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국제대회 특별취재팀 dailyn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