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다양성·포용성 부족해 탈북자 적응 어려워”



남북하나재단은 18일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여섯 가지 시선-2015 가을학술포럼’을 개최했다. / 사진=김가영 기자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과 사회 통합 관련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문화적 차별을 없애고 이들을 ‘우리’라는 범주 안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한국사회가 다양성과 포용성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북하나재단이 18일 주최한 ‘2015 남북하나재단 가을학술포럼-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여섯 가지 시선’에 패널로 참석한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변 탈북자들이 호소하기를 한국에서 때때로 ‘탈북자스러움’을 요구받는다고 한다”면서 “이미 상당히 변화한 북한으로부터 온 탈북자들이 많은데, 여전히 한국 사회는 탈북자들에게 프레임을 씌운 시선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사회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에서의 관계 경험을 갖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그런 측면이 부족하다”면서 “내 주변만 보더라도 탈북자 출신 지식인들은 남한의 지식인들이 자신들을 소위 ‘끼워주지’ 않는다고 여겨 별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연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우리 헌법에는 평화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면서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정착하고 통합되는 모범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게 한국이 통일을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시적인 측면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언어와 정서, 이야기가 통하는 이들을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라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상호문화주의적인 감수성으로 탈북자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융합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출신인 박요셉 ‘YOVEL’ 대표는 “가끔 탈북자로서 강연을 나설 때면 어떤 용어로 우리를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면서 “탈북자, 탈북민,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등 여전히 용어 사용도 하나로 통합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곧 사회가 우리를 지칭할 때는 물론 우리가 스스로를 지칭할 때도 고민을 던져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심지어 미국에서도 탈북자는 refugee(난민)이나 defector(탈주자) 등 여러 용어로 불린다”면서 “반면 독일에서는 과거 동독 이주민들을 resettler, 즉 새롭게 정착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불렀다고 한다. 탈북자들도 그런 의미에서 받아들여도 되지 않나”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로지 조선민족만 있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다문화의 흐름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탈북자들이 남한에 도착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할 시간은 매우 부족하다. 사회적으로 그런 여유도 없을뿐더러, 그 누구도 여기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제안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일 공익법센터 APIL 변호사도 “이주민 카테고리가 워낙 분절화 돼 있어서 탈북자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면서 “결국 해답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시선에서 탈북자들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지 살피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전히 남아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차별을 줄여 그들이 한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학술세미나는 재즈와 클래식 공연이 어우러지는 대담 형태로 진행돼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세미나를 개최한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남북주민이 같은 울타리 안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사회와 북한이탈주민은 서로에 대해 긍정과 부정, 진실과 편견이 공존하고 있었다”면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로가 지니고 있는 인식의 차이를 되짚어보고 좁힐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