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해’→’용해’로 표기하면 ‘原名’ 최용해인 사람은?

북한 인명 표기 관련, 두음법칙 적용을 권장한다는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의 입장이 오히려 북한 연구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1일 데일리NK에 “북한 인명(人名)을 북한에서 사용하는 대로 표기하는 것은 정보관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를 ‘최용해’로 표기하면, 원래 북한 이름이 ‘최룡해’인 사람과 ‘최용해’인 사람이 한국에서는 동일 인물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인물들의 경우 원명(原名)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되어 북한 인물 분석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룡해’·’리설주’ 등 최근 북한 뉴스에 등장하는 북한 인명을 ‘최용해’·’이설주’로 표기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국어원은 2004년 ‘룡천 기차역 폭발 사고’ 당시에도 “북한의 인명, 지명(地名)에 대해서도 두음법칙을 적용할 것을 권장한다”면서 ‘룡천’을 ‘용천’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북한 관련 학계에서는 인명과 지명 등 특정 고유명사 사용에서는 혼선을 막기 위해 북한식 표기를 따르는 것이 부합한다는 견해가 많다. 통일부가 발행한 북한 2012년 이후 인명집과 국방 관련 기관이 2012년 발간한 연감에서도 북한 인명을 원명대로 표기하고 있다.


지명 문제는 인명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량강도’ ‘라선시’와 같은 도(道)·시(市) 급 명칭에서는 두음법칙을 적용해도 직관적인 이해에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군(郡)·동(洞)·리(理) 급의 명칭에서는 한자 동시표기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노동신문 등과 같은 공식 자료에는 한자 표기 자체를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국영기업소나 학교, 기관 명칭의 경우, 체제선전 용으로 부각되는 인물이나 특정 지명을 딴 명칭을 쓰는 경우가 많아 더 복잡해진다. 가령 ‘리수복순천화학공업대학’의 경우 북한이 내세우는 전쟁영웅 ‘리수복’의 인명과 평안남도 ‘순천’의 지명을 조합한 명칭이라는 것이 쉽게 파악할 수 있으나, ‘이수복순천화학공업대학’으로 표기할 경우 리수복에 익숙한 북한 전문가들조차 혼선에 빠질 수 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지명도 기본적으로 북한 명칭대로 표기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에 부합한다”면서 “중국 수도를 ‘북경’에서 ‘베이징’으로, 일본 수도를 ‘동경’에서 ‘도쿄’로 해당 국가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는 것처럼 북한 지명도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북한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인명에 대해 두음법칙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국립국어원의 권고를 남북한 인명 모두에게 일괄 적용한다면, 당장 현재 통일부 장관 이름도 ‘류길재’가 아니라 ‘유길재’로 표기해야 할 것”이라며 “2007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국에서도 ‘리(李)’·’류(柳)’·’라(羅)’ 등을 자기 성(姓)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에게만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