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이아몬드 광맥” 통일의 꿈 키워야 할 때다

햇볕정책은 많은 점진적 통일론자들을 길러냈다. 남과 북이 대화를 통해 스포츠, 문화, 경제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교류협력을 확대, 신뢰를 구축하면 자연스럽게 평화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즉 대화-통합-통일 프레임이다. 한 편의 그림이다. 이 그림에 우리사회 대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점진적 통일방안은 자유민주통일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의 정치권은 대화와 협치에 생소하다. 국회선진화법이 반증이다. 하물며 세계 최악의 김정은 독재정권과 대화로 현안을 풀고 교류 협력을 확대해 정치적 통일을 이루겠다니 허구다.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다.

문제는 이런 궤변이 다수의 동조를 이끈다는 것이다. 결국 한 나라의 미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좌우된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세계 어느 나라가 몰락하기를 원하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그리스와 베네수엘라가 경제적 번영을 뒤로 하고 삼류 국가로 몰락한 것은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의 포퓰리즘 때문이다. 후진국 일수록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당장 자신의 출세에 혈안이 되어 있다. 나라가 어찌되든 표를 얻어 국회의원이 되고 총리, 대통령이 되면 그만이다. 포퓰리즘이다.

2016년 스위스는 성인 1명에게 기본소득으로 월 300만 원을 지급해 품위있는 삶을 보장하자는 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되었다. 동일한 투표를 동남아, 동유럽, 남유럽, 남미 등에서 실시했다고 하면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을 확률이 높다. 우리도 예외가 아닐 것은 자명해 보인다.

지구상에 분단국이 다섯 나라가 있지만 자유민주통일을 이룬 나라는 독일이 유일무이하다. 베트남, 예멘 등의 나라는 적화통일이나 합의통일 후 내전을 겪고 있다. 한반도 분단도 자유민주통일로 마무리된다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은 후보시절 연방제 통일을 주장했으며 여당 대표는 중국식 부동산 제도 및 중국몽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거리에는 미북 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1천만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대화-통합-통일의 유일한 목적은 평화통일

독일은 통일비용 등 많은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통일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알져진 독일통일에 대한 정보만 보면 독일은 통일 후 경제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독일은 통일 후 명실공이 유럽 최강의 나라로 우뚝 섰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독일이 자유민주통일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기본법 23조에 따라 동독이 서독 연방체제에 편입되며 동독의 잠재되었던 능력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독일통일은 이런 주옥같은 정보가 통째로 빠져있다. 그저 흡수통일로 동서독 반목과 갈등이 고조되며 통일비용으로 재정이 바닥나고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구더기 정보뿐이다. 그리고 독일의 반면교사로 대화-통합-통일이라는 기능주의적 통합론을 맹신한다.

콜 총리는 대화-통합-통일의 점진적 통일을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일갈했다. 동독 공산권력에게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통일의 기회를 놓칠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의 기회를 잡는다 해도 자유민주통일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사민당 오스카 라퐁텐 대표는 통일비용을 이유로 기본법 146조에 따른 점진적 통일을 지지했다. 

더욱이 대화-통합-통일 프레임의 최고 가치는 평화통일이다. 자유도 없고 시장도 없다. 평화통일의 평화도 무의미하다. 콜 총리는 1989.12.18. 드레스덴 연설에서 “자유가 생략된 평화는 허구”라고 말했다.

학술적으로도 점진적 통일론의 허구임이 밝혀지고 있다. 동유럽 체제전환 과정에 이론 및 실무적으로 참여해 최고의 전문적 식견을 자랑하는 스웨덴 경제학자 엔더스 에스런드는 점진적 통일론에 대해 “생선 수프를 단숨에 수족관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체제전환 과정을 새로운 정치권력이 주도했던 체코, 폴란드에 비해 러시아 및 구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대다수 국가들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이 좋은 예이다.

마찬가지로 북한 김정은 집단과 통일을 논의하며 이루는 통일은 평화통일은 가능할지언정 자유와 시장이 존중되는 통일은 아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남과 북이 체결한 협정이나 선언조차 제대로 지켜진 사례가 전무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인에게는 ‘통일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블룸 박사의 충언이 새롭다. 학자, 전문가 모두가 그저 관료적이고 기술적인 대응에 익숙하다는 지적에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북한재건은 신도시 개발과 유사

오래 전부터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 통일을 이루어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습관적으로 주장한다. 즉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경제적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북한 경제를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통일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이다. 말의 유희에 불과하다.
  
과거 햇볕주의자들이 10년 이상 공들였던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결과는 참담하다. 이 시기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의 남북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대북사업에 뛰어든 1천여 개의 기업은 대부분 파산했으며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은 목숨을 끊었다.

북한재건은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과 같다. 허허벌판에 신기술과 자본을 들여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소요될 뿐 아니라 미래 발전에도 효율적이다. 북한 주도의 재건 사업을 가정해보자. 낙후한 지역의 도로, 주택, 건물 등에 대한 수리 및 개보수와 같은 개발일 뿐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통일 비용을 내세워 독일식 통일을 반대하는 주장도 궤변에 불과하다. 국내 연구기관이 산출한 통일 비용은 75조 원, 2,300조 원 등 그 차이가 극과 극이다. 통일비용에 대한 개념도 정확히 모른다는 반증이다. 물론 독일에서도 통일비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많은 통일비용은 플러스 알파와 함께 돌아오는 투자의 개념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더욱이 통일비용을 조달하는 문제는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의 “남북이 통일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발언에 정답이 있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 지하자원의 가치는 7천조에서 1경에 달한다는 평가다. 대한민국의 국부 총액 1경 1천조 규모와 맞먹는 가치이다. 각종 통일 부작용과 문제를 침소봉대해 통일의 시기와 방법을 모호하게 만드는 행위는 대한민국 미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동독의 다이아몬드 원석, 북한은 다이아몬드 광맥

독일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데어 슈피겔은 2010년 9월 27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콜의 통일외교를 심도있게 분석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1989년 여름부터 시작된 콜 총리의 숨막히는 통일외교를 시간별, 나라별로 심층 보도해 박진감이 넘쳤다. 필자는 이 내용을 2017년 6월 29일 콜 총리의 별세를 계기로 미래한국에 ‘거인의 발자취: 헬무트 콜, 치열한 외교戰 뚫고 독일통일을 이루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바 있다.

콜 총리가 미국의 벽에 이어 소련의 벽을 넘어 통일의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단호한 결기, 통 큰 양보 등 순간마다 놀라운 베팅을 이어가며 통일을 쟁취해가는 과정은 눈물겹다. 미국과 매일 소통하며 지원을 이끌어내고 모스크바를 수시로 드나들며 고르바초프의 동의를 얻어냈다. 영국, 프랑스가 내건 조건도 수용하며 통일에 매진했던 것도 인상적이다.

슈피겔은 보도에서 또한 주변국들이 독일 통일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각을 담았다. 주변국들은 독일이 통일 후 정치적 강국이 되는 것 보다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것을 더욱 경계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동독은 ‘다이아몬드원석’(Rohdiamant)으로 서독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되면 찬란한 다이아몬드 보석으로 거듭날 것을 시기했다는 논조였다.

이런 주장이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은 희토류, 우라늄 등 지하자원의 보고다. 북한의 지하자원의 가치가 7천조를 넘어 1경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의 “남북이 통일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는 발언도 이와 무관치 않다. 즉 북한은 ‘다이아몬드원석’을 넘어 ‘다이아몬드보물창고’ 임을 깨달아야 한다.

독일에는 2017년 현재 통일 후 동독이 통일비용을 대부분 상환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 교수가 지적했듯이 이제는 통일의 열망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통일의 두려움과 절망 보다 희망을 노래하며 젊은이들에게 통일의 꿈을 키워주어야 할 때다. 통일 후 중국의 동북 3성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만주와 시베리아를 일터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마음껏 확대시킬 꿈이다. 1970년대 세계를 수출 현장으로 만들자는 젊은이의 꿈이 이제 통일의 꿈으로 재탄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