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시민연대, 현실성 없는 ‘한반도평화선언’ 주장

▲ 혜화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선언 촉구 기자회견장

평화통일시민연대(상임대표 이장희)를 비롯한 2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평화선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들은 28일 오전 흥사단 강당에서 최근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상황과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작전계획 5029 폐기, 남북 합의서 국회비준 동의, 한반도 평화선언 채택을 요구했다.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이자헌 의장이 낭독한 회견문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북 강경입장을 고수하여 협상을 의도적으로 유기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상호의 존재를 인정하는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대북 불가침협정을 체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대표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대표는 “남북기본합의서 관련 질의 청원서를 대통령을 비롯한 각 당 대표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남북기본합의서야말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는 로드맵이자, 느슨한 단계의 국가연합으로 가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현재 한반도 냉전의 원인을 유엔군 사령부와 정전협정, 주한미군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북한 핵문제 또한 미국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들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됐다는 북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들의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남북공조 우선 주장은 결국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참가단체들은 남한이 주장하고 있는 ‘북한 핵 불용’ 입장은 비현실적인 것이며 미국의 선(先) 핵포기 주장을 맹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이 1991년 12월 31일 남북이 공동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제성호 중앙대(법학) 교수는 “남북경협 관련 4대 입법도 국회 동의를 얻었지만 북한이 현실적인 이행 의지가 없기 때문에 효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에서 비준한다고 해서 당장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북한이 평화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북한 핵개발을 정전체제 때문이라는 것은 평화체제가 구축이 안 돼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북한에서 서명 직후 곧바로 용도 폐기되었다. 당시 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한 이유는 구소련과 동구가 잇따라 체제전환되면서 북한까지 밀어닥칠지 모를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김일성의 화해 제스처였다는 사실은 정설로 되어 있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국제비서는 “당시 김일성은 판문점에서 돌아온 남북대화 일꾼들을 치하하며 남북기본합의서는 미 제국주의의 공세를 막는 용도이지, 남북이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김일성 발언을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평화통일시민연대의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비준’ 주장은 사실관계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노무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관변 및 시민단체들의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