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박사의 북한읽기] 폐쇄된 자립은 정상국가의 길이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2017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3.5%로 발표했다. 북한 지도자들의 행보로 볼 때 예상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동원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열광으로 눈이 멀었던 결과다. 또한, 부풀려진 통계로“눈과 귀”가 막힌 최고 지도자들은 여러 가지 치명적인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오류는 군비를 증강하고 모든 자원을 핵 개발에 투자한 것이며, 군비증강으로 인한 자원의 부족을 자력갱생과 계획경제의 유지에서 찾은 것이다. 아울러 개방을 통한 투자는 하지 않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망상에 사로잡혔다.

산업 부분에서 노동자들은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달성하라는 “속도전”의 열광 속에서 1주일에 7일, 1일에 10시간 이상 일하는 초과노동을 강요받았다. 각종 “전투”가 난무하고 모든 단위에 각종 “돌격대”가 조직되었다. 또한 산업생산량 계획은 계속해서 상향조정됐고, 특히 건설, 농산물, 석탄, 광물, 전력, 강철 분야에서 그러했다.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제난으로 수입이 줄어들고 국내의 식량 부족이 확대되어 곳곳에서 식량이 부족하게 됐으며, 북한의 일부지역은 또 다시 아사위기에 봉착했다. 거기에 가물(가뭄), 큰물(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북한지역을 덮쳤다.

국제사회 제재와 같은 외적 요소들이 사태를 악화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내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국제정세 변화의 흐름과 추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구태의연한 정책결정자들의 태도에 기인되는 것이다.

올해 북한 지도부는 극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신년사를 통해 평화를 강조하고 평창올림픽, 2차의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에서의 미-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조치로 경제 성장전략을 제시했고, 종합시장도 지속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농촌 부문에서는 협동농장 농업생산 책임이 더 작은 가족 집단으로 넘겨졌다. 전반적으로 경제를 회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아직도 자립이라는 구태의연한 경제정책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완전한 시장경제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자립경제는 어떤 점에서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는가?

첫째, 정책에서 우선순위는 국방과 관련한 선군 프로그램에 집중됐다. 거기에 조선인민군이 경제난의 중요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에 개입했다. 그 결과 군 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군의 경제개입이 가시화되었다.

둘째, 경제의 운용으로 농업과 제조업이 강조되기는 하였지만, 특히 계획제도에 의존한 경영관리제가 아직도 상당 부문 존재하고 있어 외부의 시장 친화적 경영방식의 참여를 불허하고 있다.

셋째, 계획과 시장의 공존으로 인한 이중가격체계가 완전한 시장으로의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아울러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시장과 개인 사업가에 아직도 적대적이고, 공동소유권을 가지고 뭉친 협동농장과 단체들도 사실상 정부의 계획제도 하의 통제로 자유로운 시장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제조업 부문에 대한 외국자본 투자의 상대적 축소는, 소비자 시장에 실질적인 경쟁을 사라지게 하면서 품질 향상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국가투자가 중공업과 군수산업, 지도부의 위대성 찬양용 건설 등에 집중되어 산업기술발전도 이에 따라 상대적 격차가 생겼다. 북한은 자본과 기술 집약적인 중공업에 집중하고 소비재 산업을 경시했다. 즉 자원도 부족한데, 그마저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부강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북한의 노동신문 2018년 7월 16일 자 사설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금은 조건이 마련되기를 앉아서 기다리거나 우는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모든 일군(꾼)들이 대담한 결심과 적극적인 실천으로 비약의 불 바람을 일으키는 거센 밑불이 되고 당에서 열 가지, 백 가지 과업을 주어도 제때에 완벽하게 집행해나가는 결사 관철의 투사가 되어야 할 때이다. 우리 일군들에게는 당의 노선과 방침을 관철하기 전에는 쓰러질 권리도 죽을 권리도 없다.”

이는 현재 북한 중간관료들의 비참한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조건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인데, 당에서 내린 지시는 무조건 관철시켜야 하는 것이다.

춤을 추게 하려면 돗자리 정도는 깔아주어야 한다고 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과감하게 구조 개혁을 하고 국제사회 앞에 청렴하고 정상적인 이미지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자원과 노력, 재원이 부족하여 완공하지 못하고 있는 대상을 찾아다니며 욕설을 하고도 모자라 사설을 통하여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죽을 권리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보다는 현재의 불합리한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협력의 길로 가는 것이 정상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시 말하여 폐쇄된 자립은 정상국가의 길이 아니며, 길이 열려있을 때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