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북송 60년… “북송 진실 밝히며 귀향운동 전개할 것”

[인터뷰] 이태경 재일북송피해가족협회 회장 "北, 상봉·서신 교환 등 사소한 것부터 실행해야"

1959년 900여 명의 재일교포를 태운 북송선이 일본 니가타(新潟)항을 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북송사업. 이후 1984년까지 25년간 18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북송사업으로 약 10만 명의 재일교포들이 고향을 떠나 낯선 북한땅에 도착했다.

‘지상낙원’이라는 북한 당국과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선전에 희망을 품고 북한으로 갔지만, 정작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일본에서의 민족적 차별을 뛰어넘는 계급차별과 인권침해였다.

이후 북한을 탈출한 재일교포들에 의해 일본 출신 조선인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 실태가 알려졌고, 2014년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는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에 의해 강제실종된 일본 출신 한인들은 출신 및 배경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 그들은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외딴 지역의 농장이나 광산에서 강제노동에 투입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10살 때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건너갔다 탈북해 2009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이태경 재일북송피해가족협회 회장 역시 수년째 북송 재일교포들이 북한 내에서 겪는 인권침해 실태를 증언해오고 있다. 특히 그는 북송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면서 북한에 남아있는 재일교포들을 자유의사에 따라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되면서 활동력이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는 북송사업이 시작된 지 60년이 되는 올해, 다시 힘을 내 북한 내 재일교포들의 귀향운동을 전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혹자들은 ‘이미 60년이 지났는데, 살아있는 북송 조선인이 얼마나 있겠느냐’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단 한 명의 재일교포라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일념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이태경 재일북송피해가족협회 회장. / 사진=데일리NK

-올해가 북송사업이 시작된 지 60년이 되는 해라고 들었다. 북송 재일교포 문제 해결에 그간 얼마나 진척이 있었나.

“북송사업은 59년 12월부터 시작됐다. 12월부터 84년까지 9만 9440명이 북송됐는데, 일본에서 그때(59년에) 출생한 사람이 지금 북한에 살아있다면 60세다. 나 역시 10살 때 북송됐으니 지금 70세가 다 됐다. 70~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을 감안하면 살아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북송의 증언자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송문제 해결에서의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진척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북송 재일교포 단체들이나 일본의 북송 인권단체들이 (일본)정부에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북송 일본인 가족회라는 곳에서도 역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잘 아시다시피 고정미라는 탈북민이 있는데, 그 역시 10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그 외 탈북자들도 5억 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일본 정부에서는 공소시효 만료라는 그 말 한마디만 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고 보면 결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북송 재일교포 문제는 수면 밑에 가라앉고 있었지만 이런 과정에서 북송 재일교포의 존재도 알리게 됐고, 북송사업의 진실도 어느 정도 밝혀지고 있다. 그렇게 보면 형식상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없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성과를 이룩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속해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강조해오고 있다. 북송된 재일 조선인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

“일본 정부에서는 정식으로 납치자대책본부도 만들었고, 일본 각 지역에 납치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會)라는 것도 많다. 여기저기 다 있다. 이렇게 정부로부터 출발해서 시민단체까지 납치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일본 정부는 미일협상이나 남북협상, 북일협상에서 납치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북일관계에서 일본은 납치 피해자를 협상의 지렛대로 쓰려는 전술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반면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문제는 무관심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누르고 있다. 수면 위로 뜨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왜 북송 재일교포 문제에 무관심한지 설명하려면 북송 문제를 보는 시각부터 봐야한다.

일본과 조총련과 북한은 북송문제를 귀국실현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북송사업이라고 하고, 미국과 유엔에서는 납북자 문제라고 한다. 북송문제를 보는 관점이 다르니 명명법도 다 다른 것이다. 일본은 전적으로 북송사업을 자발적인 귀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북한에서는 인력보충이나 사회체제의 우월성 선전하기 위해서, 일본에서는 치안과 관련해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교포들의 범죄율이 높고, 또 생계형 재일동포가 많다면서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추방형식으로 보냈다. 이것은 현재 호주에 있는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가 조사한 스위스 (국제적십자사) 문헌에 다 나와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북송 재일교포들에 대한 인도적 범죄를 시인하는 게 되니 손을 대지 않으려하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자꾸 내려 누르려고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북송 재일교포들을 ‘납치자’라고 명명하고 있다고 했는데, 북송된 재일교포들도 납치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납북자라고 하면 ‘의사에 반해 북한에 가게 되거나 강제적으로 억류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도 납북자에 해당된다. 강제적으로 억류된 것도 사실이다. 북한에 간 것은 속아서 간 것이다. 기만에 속아서 갔다는 것과 가서 억류됐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 60년도부터 많은 북송 재일교포들이 탈북을 시도하다 정치범수용소에 갔다. 그만큼 북송 재일교포들이 북한을 탈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북한이 북송 재일교포들을 강제로 억류했다는 하나의 증명으로 된다. 또 하나는 오길남-신숙자 부부 역시 기만에 의해 속아서 북한에 억류됐는데, 이들을 납북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일교포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유엔에서 2014년에 나온 북한인권조사위원회보고서는 ‘전시납북자, 국군포로, 납북 어부, 북송 재일교포, 납북 일본인 등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한에 의해 강제실종된 것으로 추산한다’고 하고 있다. 역시 북송 재일교포를 납북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북송 재일교포 역시 납북자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북송 조선인, 재일교포는 얼마나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나.

“그 문제는 그 누구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 세계 최대 폐쇄국인 북한에서 그런 통계는 최고의 비밀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몇 명이 남아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 추론해본다면 북송된 9만 9940명 중에 80세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2만 명 정도라고 보고, 또 거기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망했다고 하면 한 절반 정도, 만 명 정도는 현재 살아있지 않겠냐고 본다. 그러니까 일본이 고향인 북송 재일교포 1세들이 현재 북한에 만 명 정도 있지 않겠냐는 게 내 나름의 추론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미뤄 북송 재일교포들이 북한에서 어떤 환경에 처해있고, 어떤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나.

“재일교포들이 북한에서 겪는 인권침해는 이미 언론에 다 나와 있다. 나도 북한에서 군에 있었는데, 내가 북송 재일교포니까 동요하기 쉽다고 해서 내 머리카락과 글씨체를 보위부에서 가져갔다. 보관용으로 가지고 있다가 사건이 벌어지면 대조용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나도 북한에서 여러 인권침해를 경험했지만 한 마디로 북한에서 북송 재일교포라고 하면 최하위 적대계층으로 분류된다. 북한은 주민들의 성분을 3계층 51개 부류로 구분하고 있지 않나. 그 중에서도 재일교포들은 제일 아래에 그것도 적대계급이라고 해서 공개적으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과 북한, 한국 이 3개국을 전전하면서 10년, 40년, 또 10년 이렇게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민족적 멸시와 천대를 받았고 한국에서도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사회적인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과 같이 국가가 성분 제도를 만들어 공개적으로 감시하고 탄압하고 수용소에 보내고 생활을 침해하는 일은 없었다. 국가가,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람을 차별했다는 것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귀향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귀향은 동물의 본능이다. 거북이가 알을 낳고 바다에 나갔다가 죽을 때가 되면 알을 낳은 곳으로 와서 죽는다. 이게 바로 귀향본능이다. 동물에게 있는 귀향본능이 인간에게는 왜 없겠나. 우리 북송 재일교포 1세들의 고향은 일본이고, 우리 부모님 고향은 98%가 한국이다. 지금이라도 묻는다면 100% 다 고향으로 가겠다고 할 것이다. 왜 가고 싶지 않겠나. 북송 재일교포들은 이런 귀향본능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나는 이런 귀향 본능이 곧 귀향 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귀향운동의 초점은 정당성을 찾는 일, 즉 귀향시켜야한다는 정당성을 찾는 데 있다. 그 정당성을 찾는 것에 있어서는 북송의 진실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2000년부터 시작해서 북송사업의 진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나는 꾸준히 진실을 밝히면서 재일교포들의 귀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일을 국내·국외 여러 북한인권운동 단체들과 함께하려고 하는데, 앞으로 이런 부분들은 더 구체화해서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일본 정부나 북한 정권에 요구하는 바가 있다면.

“우선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더는 감추지 말라’는 것이다. 추방형식으로 보내려고 했다는 문건도 스위스에서 나왔으니, 더는 감추지 말고 이제라도 솔직히 말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조총련과 북한에게도 ‘잘못을 인정하고 국제질서에 발 맞춰서 함께 나가자’라고 하는 것이 선진국 일본이 취해야 할 마땅한 입장과 태도가 아닐까. 또 북한에 말하고 싶은 것은 ‘사소한 것부터 실행하라’는 것이다. 북송 재일교포들을 귀향시키는 것과 가족 상봉, 서신 교환 같은 것은 사실 사소한 것이다. 인권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이다.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그래서 북한에는 미래지향적으로 이런 사소한 것부터 실행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