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평화’, 무장단체 통제가 관건이다

▲ 가자지구 철수 승리집회에 나온 하마스 지도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21곳 및 요르단 강 서안 지구 4곳의 유대인 정착촌 철수 작업이 완료되었다.

철수 작업은 8월 15일부터 시작됐다. 샤론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와 정착민들의 격렬한 저항 속에서도 군인과 경찰 병력을 동원한 정착촌 철수는 강행됐다.

한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정착촌 부지 개발에 대한 훈령을 발표했다. 훈령에 따르면 해안 지역의 네자림 정착촌은 가자 지구와 외부를 잇는 주요 항구로 개발되며 모라그 정착촌은 수천 가구 주택 설립으로 주택난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가자 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에 편입된 지역으로, 이후 이 지역에 유대인들이 이주하여 정착촌 건설이 진행되었다.

이번 정착촌 철수는 30여 년간의 정착촌 건설을 전면 되돌리는 것으로서 샤론 정부의 강한 의지와 결단에 따라 속전속결로 추진되었다.

무장단체 하마스, 정착촌 철수는 무장투쟁의 결과로 선전

정착촌 철수에 따른 후속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샤론 총리와 압바스 수반이 양국 수뇌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팔레스타인은 엉겁결에 얻은 과실의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한편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점을 둔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번 반환조치가 자신들의 투쟁의 성과임을 과시하며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전면적 반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무장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하마스의 주장은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의 무장투쟁 종식 및 무장해제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뚜렷한 입장 차이가 계속될 경우 하마스와 자치정부 간 기존 갈등이 재현, 격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치정부의 대안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하마스는 실제로 자치 정부와의 충돌도 불사하겠다고 말한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건설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최대의 이슬람 대학 알 아즈하르가 있는 가자 지구는 하마스가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올해 1월27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로 치뤄진 선거에서 가자 지역은 전체 지방의원 118석 중 하마스가 77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뒀다.

하마스는 가자를 거점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더욱 가속화 할 심산이며 나아가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의 영향력을 확대해 팔레스타인 건설의 진정한 적임자로 나서고자 한다.

자치정부, 하마스 등 무장단체 통제력 발휘가 관건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하마스의 선전에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정부가 팔레스타인의 정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첫째 하마스 등 무장 단체들에 대한 확고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팔레스타인 경제 재건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간 유대인 정착촌의 하급 일꾼으로 연명해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번 정착촌 철수로 인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는 팔레스타인 경제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 합리성향으로 평가를 받아온 자치정부는 하마스 등 다른 무장단체에 비해 병력과 조직력이 현저한 열세에 있다.

자치정부와 무장단체가 벌이는 세력다툼이 거세질 경우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더욱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내전 발발 가능성까지 점쳐 진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내일의 평화와 발전을 가름할 중대한 도전의 나침반 위에 서 있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