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軍, 올해 학습자료 ‘남발’…체제 결사옹위 정신은 ‘희미’

제5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대회
제5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대회가 3월 25~26일 평양에서 진행됐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현대전에 맞는 싸움 준비 완성” “칼날 같은 군기(軍紀) 확립” “조직성과 규율성 강화”

이는 김정은 시대 들어 강조하고 있는 조선인민군 관련 내부 구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3월 제5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 대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군 내부 최일선에서 정치사상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의 마음을 다잡고,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과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을까?

올해 군에 하달된 최고사령관 명언 해설 선전선동 자료.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정치사상현대 무기체계 학습자료 남발효과는 미비

일단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총참모부와 총정치국에서는 관련 정치사상 선동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데일리NK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곳에서 하달한 정치학습제강이 지난해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즉 군 당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사령관(김 위원장)의 의지를 관철해야만 했다.

또한 상학(교육)집행자들인 중대장, 소대장들은 그동안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세계적인 군 전략과 전투기술기재, 첨단 기술 등을 강습받고, 또한 제강을 직접 작성해야만 했다. ‘현대전’을 강조하고 있는 상부의 결정을 집행해야만 했다는 것으로, 업무가 급격히 과중됐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하급 전사들도 마찬가지다. 군인들은 하루는 정치사상 학습을, 다른 날은 신(新)무기체계 관련 학습을 받았다. 결국 하부 말단 집행단위인 중대(독립소대)의 군인들만 수많은 상급참모부와 정치부의 지시들을 집행하고 총화(결산)보고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하지만 ‘실속’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사상 학습은 그동안의 5대교양(충실성, 김정일애국주의, 신념, 계급, 도덕교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군인들은 ‘의례적인 행사’ 수준으로 대했다.

‘첨단 무기’ 학습도 일반 군인들의 입장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로케트(미사일)’ 등의 무기는 관련 부대가 아니라면 현실에서 직접 접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재래식 무기만을 능숙하게 다루면 상부에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올해도 사실 이 부분에 더 집중하는 군인들이 오히려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북한 군 당국이 하달한 세계 군사지식 발전추세 강습 학습참고자료.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는 옛말군 복무도 의무 아닌 선택으로

오히려 북한 군인들은 당국의 체제 수호를 위한 자강력 강화보다는 본인들의 ‘자강력 강화’에 더 집중했다. 앞에는 묵묵히 명령을 따르고 훈련을 진행했지만, 뒤로는 돈벌이, 건강, 대학교 추천 등 개인 목적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 침체와 당국의 자강력 강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에 소식통은 “이제 군인들이 힘들게 훈련을 견뎌내도 자신에게 차려진 선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제 이들은 전문훈련 기간(7개월)은 그냥 묵묵히 견디고 부업과 작업을 하는 기간(5개월)엔 활발히 개인 돈벌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자연스럽게 만기 군 제대의 선호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제대 군인’에 대한 혜택도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복무 중 대학교 추천을 받고, 이를 핑계로 조기 제대하는 게 북한 군의 새로운 하나의 ‘풍’ 으로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초모(招募·징집)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에게 군 복무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에 불어닥친 고난의 행군 시기 태어난 ‘장마당 세대’ 보다 어린 이들은 더욱 자유분방함을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하던 이전 세대와는 정반대의 사상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무의미하게 맹목적으로 따르던 옛날 세대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이들은 정세가 아무리 긴장해도 신경을 그닥(별로)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