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 섞인 물 먹으란 말이냐” 열악한 北위생에 주민만 분통

진행 :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이 기생충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북한의 열악한 보건위생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높다는 사실은 국제기구의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사실인데요. 오늘은 설송아 기자와 이와 관련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총상을 입고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북한군 병사의 위생상태에 대해 한국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작은 체격을 가진 이 병사의 배 속에서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 만큼 많은 기생충들이 발견돼 북한의 열악한 보건체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사회 기준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의 기생충 감염률이 높은 원인은 인분 비료로 농사를 짓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분을 사용해 키운 채소에 붙어 있는 회충알이 채소를 날로 섭취할 때 체내로 들어와 감염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특히 농촌동원을 비롯한 각종 동원에 내몰리는 10대 학생들이 작업 도중 목이 말라 흐르는 시냇물을 먹는다던지, 허기증으로 농작물을 먹으며 기생충에 감염되거든요. 결국 식량난과 식수난에 직면한 오늘날 북한 사회의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주민들의 기생충 감염실태를 통해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진행: 그럼 먼저 북한의 보건위생 상태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주시겠어요?

기자: 먼저 북한 상하수도 문제를 말씀드리면요. 시설의 노후화로 평양시조차 중심구역을 제외하고는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거나, 시간제로 공급됩니다. 그렇다고 정화된 물도 아닙니다. 수원지 정화시설이 낙후하거든요. 하물며 지방도시는 두말 할 것도 없겠죠. 더 심각한 문제는 상하수도 시설이 공중화장실과 인접한 곳에 매설되어 있다는 겁니다.

90년대부터 지방도시 주민들은 펌프를 자체로 설치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습니다. 5층~7층 규모의 아파트 경우는 세대별로 돈을 모아 아파트 밑에 펌프를 설치해 이용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펌프 위치가 아파트 중심이라면 공동화장실 역시 주변에 있다는 겁니다. 지맥이 연결되어 결국 분변에 오염된 식수를 마실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기자가 탈북 하기 전, 평안남도 아파트에서 살았는데요. 한 주민이 이 문제를 인민반장에게 제기했습니다. “우리가 결국 분변 물을 먹는 게 아니냐. 공동변소를 옮기도록 동사무소에 말해 달라”고 말입니다. 동사무소장의 말이 가관이었다고 하는데요. “지하수는 15미터에서 끌어올리기 때문에 변소와 연결된다고 해도 정제된다”는 것입니다. 

진행: 동사무소는 시 인민위원회 소속기관이 아닌가요. 이런 식으로 문제를 그냥 무마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기자: 최근 고향의 지인분과 통화가 연결되어 ‘아직 그 펌프수돗물을 마시냐’ 물어보니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가 단층세대에서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아파트와 달리 단층주택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짓고 사용합니다. 인분생산을 해야 되니까요.

도시에 건설된 단층세대는 밀집되어 있어 공동화장실과 5미터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주변 세대주민들이 “우린 공동변소가 필요 없으니 아예 없애 달라고 인민반장에게 말해 동사무소장이 시 상하수도사업소에 제기했지만 시 인민위원회에서 거절됐다”며 “마을 공동변소는 지도에 표기된 것이기 때문에 없앨 수 없다는 것이 정부 기관의 답이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진행: 인분을 생산한다고 하셨는데, 여기서도 기생충에 감염되는 사례가 많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새해가 되면 퇴비 전투가 시작돼서 공장 기업소, 학생에 이르기까지 퇴비와 인분가루를 바쳐야 합니다. 봄부터 인분을 건조하느라 길가에 펴놓는데요.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삽으로 작업을 한다 해도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등에 충분히 오염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특히 인분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회충알이 인분을 통해 밭에 뿌려지고 채소 등 농작물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거든요. 허기증에 시달리는 군인들과 농촌지원 나온 학생들이 밭의 무를 뽑아 먹을 때, 말 그대로 회충에 감염되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손 씻고 음식 먹는 문화가 잘되어 있지만 북한의 경우 그 자체가 사치입니다.  

초고급중학교에서 위생교육은 한다고 하지만 손을 씻을 시설이 없거든요. 학교 화장실 분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겁니다. 악취 나는 공기도 문제지만 볼일 보고 손을 씻을 수돗물이 없습니다. 학생들의 얼굴빛이 창백하고 누르스름한 것이 영양상태와 함께 기생충 실태를 말해줍니다.

진행: 학생들도 열악한 위생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군요. 이에 대한 당국의 보건정책은 어떤가요.

기자: 유엔을 비롯한 국제 지원단체에서 의약품 지원이 이뤄지면서 몇 년 전부터는 학생들에게 6개월에 한번 씩 구충제가 공급된다고 합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해당 학교를 담당한 지역 병원의사가 학교 교실을 돌면서 희고 큰 회충약을 한 알씩 준다”며 “그 약을 먹으면 회충이 뭉텅이로 나오기는 하지만 위생환경이 좋지 않고 동원작업 도중, 주머니에 넣은 간식을 손으로 먹기 때문에 다시 회충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군인들과 일반 주민들에 대한 구충대책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병원에서 인민반 세대별로 구충사업을 했지만 지금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 역시 무상의료제도는 거의 무명무실해진 것인데요. 이와 관련 종합시장에 구충제를 판매하는 전문 매대가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진행: 종합시장에서 판매되는 구충제는 어떤 것이며 가격은 얼마인가요.

기자: 회충약 종류는 중국, 러시아, 독일, 유엔 등에서 들여온 외국제품과 북한에서 생산한 국산제품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외국제품 중에서도 유엔 약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알벤다졸’이라는 약이 가장 잘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알벤다졸 한 알의 가격은 북한돈 2000원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북한 시장에서 쌀 500그램(g) 가격이며, 공장 노동자의 한달 월급입니다. 다시 말해 가난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회충약 구매가 여의치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수준이 낮을수록 기생충에 감염되어 관련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이에 반해 국산제 회충약으로는 싼토니쑥이란게 있는데요. “10그램~20그램 분말로 포장된 이 약은 한봉지에 북한 돈 천원으로 눅은(싼) 값이지만 효과가 없어 사는 사람이 없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