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서 드디어 ‘비핵화’ 방안 합의?… “결렬 가능성도”

전문가 "북미 간 입장차 여전... 상응조치 이견 좁히는게 관건"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났을 때 모습. / 사진=노동신문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시점 등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와 여전히 이견이 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재차 결렬될지도 관심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4일 예비 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최 부상은 이어 “우리 측 대표들은 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번 실무 협상을 통해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측이 예비접촉과 실무협상의 명확한 날짜를 발표한 것과 달리 미국은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최 부상의 담화문 발표 몇 시간 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다음주 내로 만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국가간 협상이나 회담 개최 여부를 발표할 때는 양측이 동시에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처럼 북한이 회담 날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먼저 발표한 것은 북한이 협상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실무협상 일자만 발표한 것이 아니라 예비접촉 일정까지 명확히 못 박은 것은 예비접촉을 통해 미국의 협상안을 검토하고 여기에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이 없다면 실무협상을 결렬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예비접촉만 하고 하루 만에 실무협상을 백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2일 데일리NK에 “북한이 실무협상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원하는 부분을 반드시 얻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만큼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철저한 준비를 마쳤으며 신중한 태도로 합의안을 도출해 최대한의 성과를 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또 북미 양측은 회담 장소에 대해서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다. 평양이나 뉴욕 혹은 스웨덴 등 여러 장소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평양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평양에서 실무협상이 이뤄질 경우 예비접촉을 하는 의미가 퇴색되고, 일반적으로 미국 협상팀이 한국을 통해 평양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한미 간 밀착을 북측이 원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무협상 일정 발표나 장소를 두고 북미가 명확하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합의안이 도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고, 또 비핵화 방안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언급한 것을 보면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도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실무협상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점입가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의 협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즉, 미국이 북한에 양보하는 안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 내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에 ‘나쁜 합의’를 하기보다는 ‘노딜’과 동시에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실무회담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실무협상 자체도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렬이 돼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 수는 있겠지만 비핵화 합의는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문제는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에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보상 문제에서) 포괄적인 제재 해제가 아닌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기한 연장이나 석탄·철광석·수산물 가공품 등 일부 품목의 수출 금지 해제 등 조금 양보하는 듯한 안을 내놓는다면 트럼프 행정부도 고민이 되지 않겠냐”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박 교수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이런 합의가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