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커스] “수령 혁명활동 신비화 안 된다”는 김정은

초급선전일군대회
지난 6, 7일 평양체육관에서 제2차 전국당 초급선전일군대회가 열렸다. /사진=조선의 오늘 캡처

지난 6, 7일 양일간 평양체육관에서는 제2차 전국당 초급선전일군(일꾼)대회가 있었다. 17년 만(1차_2001.04.)에 개최된 대회에서는 1차 대회 이후 선전선동사업에서의 성과와 부족했던 점들을 분석·총화하였다. 대회에는 북한 전국의 모범 학습강사, 강연자, 선동원, 5호담당선전원과 중앙과 지방의 계급교양부문 강사, 예술선전대, 시동예술선동대, 당 초급선전일군의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각급 당 위원회 소속과 관련 부문의 일군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1990년 전후 출생자로서 고난의 행군시기에 성장기를 지나 2000년대 10대 시기를 거친 젊은 당 초급선전일군이다. 북한이 새롭게 이들에 대한 당 차원의 교화를 강하게 주도하는 것은 현재 북한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지양점이 교차하는 곳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2019.03.09.)에 나타난 제2차 대회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제일주의에 의한 애국심 고취를 내세웠다. 국가제일주의는 김정은 집권 이후에 등장한 사상으로 앞서 김일성-김정일주의와 함께 현재 북한의 정치사상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둘째, 사상 사업을 ‘당 사업의 중핵 중에 핵’으로 명명하며, 사회주의 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필수 5대교양을 중심으로 혁명진지, 계급진지 강화를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의 기풍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군 경제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나라의 대외적 환경과 대외경제활동이 개선된다고 하여도 자립적 발전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자력갱생과 자급자족 정신이 인민경제의 주체성을 견지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항구적 경제발전전략이라고 전하고 있다. 넷째, 과학기술발전과 전민과학기술의 인재화를 들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당중앙위원회 4월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학으로 비약할 데 대한 구호’가 대중에게 제대로 보급되지 못한 점과 더불어 국가경쟁력의 세계적 흐름에 대한 당의 과학기술발전전략이 대중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부분이다. 다섯째, 형식주의를 지적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규교육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한 초급선전일군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지적하였다. 여기에서 노동신문은 초급일군의 관료적 행태를 견제하기도 하였다. 열성만 가지고 현실과 군중에 적합한 선전선동사업을 할 수 없으며, 선전선동사업을 도식적으로 틀에 맞추지 말 것을 강조하였다. 여섯째, 교육을 통한 새로운 당의 정책과 방향을 대중에 각인시키기 위한 초급선전일군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례적으로 초급선전선동일군의 당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북한의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새로운 정책과 비전,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초급선전선동일군의 역할이 혁명열사의 역사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계승한 일관적 정책이라 강조하고 있다. 3월 9일자 노동신문에 따르면 초급선전선동일군은 대회가 끝난 후, 만경대-대성산혁명열사릉-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조국해방전쟁사적지-국가선물관 순으로 참관과 관람을 했다. 신문에 공개된 기사의 사진은 초급선전선동일군이라 하기에는 다소 연로하신 분들의 모습이라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전국 단위에서 선발된 사람들이 평양에서 대회를 진행하면 응당 그에 대한 식후행사가 있기 마련이니 초급당선전선동일군에 대한 대우는 식후행사의 규모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회의 규모와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타성에 젖은 당 조직, 관료를 비롯한 당 세포들을 교화하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젊은 인재를 만들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볼 수 있다. 또한 국가가 지향하는 과학기술발전전략의 미진함을 지적하며, 과학기술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군 경제발전을 강조하였다는 점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양산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필연적이며, 새롭게 창출된 지식이 각 조직에 전달되고 이를 상황에 맞게 구현하는 경제시스템을 군이 주도하는 군 경제발전전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거시경제 구조에 대한 로드맵은 이미 세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일반적인 체제 전환을 경험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발전 모델과는 다른 것이 특징이다. 냉전이 종식되고,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는 사회주의 시스템의 대안이 시장경제시스템이라는 시각이 자리 잡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시스템의 붕괴는 정치적인 현상이었고,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경제 방식이 도입되면서 사회주의국가들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북한의 방식은 국가차원의 관계 개선을 통한 투자유치와 적극적인 FDI(Foreign Direct Investment)방식을 택한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는 상이한 전략이다. 대외경제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이 북한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1970년대 우리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관계개선을 통한 이식하는 방식이 아닌 환경의 개선을 발판으로 자력갱생을 추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변화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진정으로 변화하려고 하는가.

이 질문은 더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경제에 한정지어 논하고자 한다. 중국이 어떻게 사회주의-시장경제를 갖추게 되었는지, 베트남이 어떻게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상대할 수 있었는지, 한국은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등 그들은 궁금하다. 이러한 의지와 더불어 김정은 위원장은 이 서한에서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지적하였다. “중요한 것은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령도자라는데 대하여 깊이 인식하는 것입니다.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됩니다.” 이 대목은 전국당초급선전일군대회에 보내는 서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김정은 위원장만이 넣을 수 있는 내용이다. 수령은 신이 아니고 인민과 함께 고생하는 것이 인민의 영도자라 일컬으며, 수령의 위대성을 부각하기 위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린다는 대목에서 선대의 김일성, 김정일에 관한 기록이 허구가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일성의 혁명열사기록이나 김정일의 탄생비화에 관한 것 모두 역사적 고증이 필요한 부분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어, 역사로서의 학문적 진전과 세계사와의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비롭게 구현된 그들의 역사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음에도 정치적으로 가치가 있었던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과 통치의 정당성 획득에 기여하였기 때문이다. 선대의 김일성과 김정일이 써내려 온 역사 위에 김정은 위원장이 설 수 있었으며, 그 위에 새로운 북한을 이끌고자 하는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이 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 발짝 진전된 북한의 모습이라 평가한다. 현재의 북한의 모습으로는 역사의 학문적 진보를 기대할 수 없으며, 정상적인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자신이 딛고 선 ‘신비로운 역사의 돌’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것이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민의 령도자가 되는 길이다. 이제 그의 도전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것은 세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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