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인터뷰-2]”김정일에게 현금지급은 치명적인 잘못”

-98년부터 우리정부는 대북유화정책을 실시해왔습니다. 북한을 계속 도와주다 보면 김정일 체제도 언젠가 변할 게 아니냐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10년 만에 재등장한 북한 핵문제이고, 김정일 체제는 군사력에 의거한 ‘선군정치’만 부르짖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총평해주시고, 올바른 대북정책을 펼치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놓고 북한문제를 풀어가야 할까요?


김대중 정부 시기부터 지금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북정책은 잘한 것 3가지, 잘못한 것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것은 민족공조, 남북화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많은 현금을 북한 집권자들에게 지급해서 이 돈이 결국 무기를 정비하고 장거리포의 실탄을 준비하고, 핵무장에 쓰이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점입니다. 또 미국, 일본, 유럽 등 동맹국과의 기본관계가 흔들린 것도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인 무장을 해제시켜 버린 것은 매우 치명적인 잘못에 해당합니다.

잘한 것은 북한인민들이 남한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게 한 점입니다. 김대중 정부 이전에 평양에 방문했을 때는 남한 사람이라고 하면 피하고 상당히 경계를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평양에 있는 옥류관을 방문했을 때는 남조선에 왔다고 하니까 사진도 같이 찍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었습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서 우호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한 것은 잘한 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두번째는 남한의 문화를 북한까지 확산시킨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김일성대 학생들이 남한의 비디오를 본다든지, 서울말씨를 쓰려고 하는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문화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류가 유행하고 있듯이 북한을 파고들어가면 문화적 충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사업하고 있는 조총련 사업가가 “지금 서울이 평양을 점령하고 있다. 남한의 배우, 가수들이 평양의 청소년을 파고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의약품, 식량, 소비품을 돕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것은 20-30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지원한 것입니다. 민족공조, 남북교류를 악용하면서 전쟁준비를 시켜준 것은 역사의 큰 죄를 지은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현금지원이 북한독재권력을 강화시킨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회사로 표현하면 시말서를 써야 하는 것이죠.

진보지식인 北인권 함구는 죄악

-지난 12월 22일 8개국 12개 도시에서 탈북난민 강제송환저지 국제캠페인 집회가 동시에 있었고, 이 대회가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국제캠페인> 공동대표를 맡아 대회를 주도하셨는데, 당시 대회의 의의를 자평해 주시고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그 동안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터무니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 북한인권문제에 입을 다문 것입니다. 이것은 남한의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이 역사에 죄를 지은 것입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인권유린에 대해서 민족공조를 외치며 입을 다무는 것은 독재권력에 협조한 것밖에 안됩니다. 3공, 5공시대 인권운동에 비하면 부끄러운 행위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한국정부나 중국정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민주주의와 인권에 공감하는 세계적인 인권단체와 연대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큰 발전입니다. 이번 국제캠페인 1차 시위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세계 각국의 국회의원, 지식인, 시민단체와 연대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북한인권과 복지에 관심을 갖는 단체와 더욱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2005년에는 국제캠페인 규모를 더 크게 해서 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시작은 작았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참가단체들이 이런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외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을 성과로 들 수 있습니다.

좌파에는 운동의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북한의 인권문제,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그룹에는 아직 유능한 전문 운동가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러 단체들이 전문성이 있는 젊은 운동가들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전략과 자금을 지원해서 전문성이 있는 운동, 국제화된 운동, 지속적인 운동으로 발전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들까지 뒷받침해서 후배 운동가를 양성하는 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中, 탈북자 강제송환 부메랑 될 것

-현재 중국이 탈북자 문제에 매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그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동북공정’에서 나타났지만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욕심은 더욱더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압록강 도하작전에 15만 인민해방군이 장장 13일에 걸쳐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탈북자 강제송환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일 정권을 뒷받침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탈북자 강제송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는 것은 중국정부가 스스로 인권무시, 도덕성 결핍을 세계에 알리는 꼴이 되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또한 중국정부가 그렇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비도덕적인 정책이 중국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메랑이지요.

김정일과 공조, 국제고립 자초

-탈북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습니까? 원칙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으로 나누어서 말씀을 들었으면 합니다.

저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내로 데려와 온 국민이 뒷바라지하는 것, 중국, 동남아, 러시아 각국에 정착촌을 만들어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고 그 나라에서 보호받게 하는 것, 중국이나 제 3국에서 강제 송환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방법을 모두 해당 국가에 요구해야 합니다.

각국에 정착촌 건설하는 방식을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탈북자를 국내로 데려올 수는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통일부가 발표한 ‘탈북자 수용개선안’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정부의 고충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민간단체들이 과감하게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님과 같은 성직자들은 많을 사람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사람을 보는 눈이나 평가하는 안목이 일반인들과는 다른 혜안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목사님께서 보시기에 ‘김정일’이라는 사람은 어떤 유형의 인물인 것 같습니까? 왼쪽 뺨을 때릴 때 오른쪽 뺨도 내주면 미안해하고 뉘우칠 사람인가요, 오른쪽 뺨마저 때릴 사람인가요?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출간된 『두려운 전략가 김정일』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김정일의 인간 됨됨이와 통치스타일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상당히 생존본능, 전략전술 개념이 발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이 민족을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있다보니 나쁜 전략만 늘어가는 것입니다. 김정일을 ‘민족법정’에 세우고 수백만을 굶어죽게 만든 죄값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은 공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민족 범죄자로 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김대중 정부나 지금 정부와도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너무 김정일을 능력있는 지도자로 취급하고 공조의 대상으로 보니까 가치관의 혼란이 오고 우리가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연변 두레마을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시며,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까?

연변에 두레마을을 세운 것은 세 가지 목표가 있어서였습니다. 먼저 식량을 생산해 가까운 곳에서 북한동포를 돕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탈북자들이 대거 발생할 경우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남한, 북한을 위시한 동북아 평화시대를 준비하는 사업으로 두레마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북으로 식량을 보내는 것을 열심히 해오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중국정부와 북한정부의 반대로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9년간 3백만 달러를 투자해 나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묘목을 심고 키워서 북한에 나무를 보내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의 ‘희망’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하고 또 어떤 세대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요?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독립국이 110개 국가인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나라는 드물어요. 우리 세대를 ‘그레이트 제네레이션(Great Generation)’으로 평가한 교수도 있는데,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능력이 있는 만큼 이제는 손잡고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선진한국을 건설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1단계 목표는 성취했는데, 2단계로 자유화, 선진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국가경영 엘리트들의 가치관의 혼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선진국이라는 목표를 희생시키고 통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민족공조를 외치면서 자유우방을 깨트리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사회혼란과 경제의 파탄이 옵니다.

10년 후에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으로 일자리를 찾으러 떠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단군이래 최초로 중국을 앞서 왔는데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것을 막는 것이 우리의 공동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영특하고 수준이 높아서 바른 지도력이 등장하게 되면 열린 가치관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선전사회로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습니다. 올바른 지도력과 국민단결을 통해 10-20년만 노력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대담=손광주 편집국장 sohnkj21@dailynk.com
정리=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