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일성대 ‘수재조’ 전원 박사원 진학시키라”…무슨 일?

김정일 사망 8주기 하루 앞두고 방침 내려…'룡남산줄기' 정신 계승한 당 간부 육성사업 일환

김일성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사진=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사망 8주기(17일)를 하루 앞두고 최고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학의 내년 졸업생 중 ‘수재조’ 인원 전원을 동(同)대학 박사원(대학원)에 필수 진학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성종합대학은 다른 중앙급 대학과 마찬가지로 갓 입학한 1학년 학생들 가운데 부속대학(단과대학)마다 과목별 점수가 우수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수재조’를 구성하고, 이들을 국가적 인재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김책공업종합대학이나 평양이과대학 등 이공계 계열의 대학에서 특정학부의 수재조 학생들을 박사원에 진학시킨 전례는 있었으나, 북한 최고의 종합대학인 김일성대에서 모든 부속대학별로 수재조 학생들을 전부 박사원에 진학시키도록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2020년 3월에 졸업할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 중 수재조 인원을 김일성종합대학 박사원 3년 과정으로 모두 필수 진학시키라는 방침이 지난 16일에 내려졌다”며 “이는 지난 9월에 열린 전국 교육일군(일꾼)대회의 연장선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내부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이번 방침을 김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인재중시 정책’과 관련,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중추적으로 이끌어나갈 인재들을 더 많이 육성하기 위한 계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식통은 “룡남산줄기 정신을 계승한 김일성종합대학 안의 수재급 인재들이 앞으로 나라의 골간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당의 깊은 의도도 깔려있다”고 말했다. 혁명 5세대들이 젊은 층의 주를 이루고 있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른바 ‘룡남산줄기’ 정신을 다시 이어가길 바라는 김 위원장의 의중도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과 항일무장투쟁을 함께한 혁명 1세대와 그들의 자녀를 ‘백두산줄기’로 지칭하고, 김정일이 당의 유일사상체계, 유일적지도체제를 확립하던 시기에 함께한 김일성대 동문들과 이후 핵심 간부로 등용된 김일성대 졸업생들을 ‘룡남산줄기’로 일컫는다. 김일성대가 평양시 대성구역 룡남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대교체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준비된 정수분자인 김일성대 졸업생들을 단계적으로 당 지도부 등 고위급에 기용하기 위한 예비 간부육성 사업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김일성종합대학 각 대학들의 수재조 졸업생들이 모두 원수님(김정은 위원장)의 방침 대상자가 돼 개인 학적부 문건에 도장이 찍히면서 본인과 가족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박사원에 진학해야만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방침의 대상자가 된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현재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출신 지역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평양에서 나고 자란 김일성대 재학생 중 내년에 수재조로 졸업할 대상자들은 이번 방침으로 개인적 목표나 졸업 후의 계획이 모두 틀어지게 됐다는 데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지방 출신 수재조 졸업 예정자들은 ‘박사원을 나오면 평양시 거주는 따 놓은 당상’이라면서 이번 방침을 신분상승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4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후보학사 및 학사 학위를 받은 김일성대 학생들은 3년의 박사원 과정까지 거치면 통상 대학교수나 연구사들로 배치되는데, 이때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평양시 거주가 우선 보장된다.

다만 일부 지방 출신 학생들은 어려운 경제적 사정 때문에 이번 방침을 마냥 반기지만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방의 학생들은 지난 4년간 집안에 있는 돈을 다 끌어다 썼는데, 박사원 3년까지 더 하려면 또다시 집에 손을 벌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대학 근처나 평양시내 부잣집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짬짬이 일해서라도 박사원을 졸업해 기필코 평양에 거주하고 팔자를 고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침이 내려지자 당과 정권기관의 주요 부서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몇몇 능력 없는 간부들은 ‘범 꼬리보다 쥐 머리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면서 단위 부서장이나 책임일꾼이면서도 소위 ‘먹을 알’이 있는 곳을 물색하는 등 동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