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학사논문 지도교수 ‘비리’에 대대적 검열 나서

부총장이 총책임 맡는 검열조사위원회 구성…"당 10대 원칙에 어긋나" 심각성 강조

김일성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사진=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캡처

최근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의 학사논문 심사 과정에서 교수들의 비리가 발견돼 현재 대학 당위원회 주도의 검열이 전 학부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김일성대 졸업생의 학사논문 심사 과정에서 논문 지도교수들의 비리가 드러났다”며 “이 일로 대학 당위원회가 검열조사위원회를 조직해 지금 대대적으로 검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대학 졸업생들이 ‘후보학사’ 논문을 쓰고, 박사원(대학원) 졸업생들이 우리의 석사 격인 ‘학사’(준박사) 논문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대학 졸업생들 중 전공과목 성적이 좋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는 논문 주제를 잡은 일부 학생은 후보학사가 아닌 학사로 양성해 학사 논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후보학사 논문은 각 대학의 심의위원회가 평가하지만, 이와 달리 학사 논문은 국가기관인 국가학위학직심위원회가 평가한다. 즉, 국가학위학직심의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구두변론과 질의응답(조선어 및 제1외국어) 과정 등을 모두 통과해야만 학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대 자연과학부문 학부 졸업생 중 한 명이 학사 논문을 권유 받아 지난 20일 국가학위학직심의위원회 논문 변론에 참가했다. 변론에는 논문 지도교수로 이름을 올린 두 명의 교수도 참관했는데, 그 중 제2지도교수가 국가학위학직심의위원회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제2지도교수로 이름을 올린 교수는 논문 주제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분야의 교수인데다 국가학위학직심의위원회의 영어 질문에도, 같은 내용의 조선어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국가학위학직심의위원회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즉각 김일성대 당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 당위원회는 곧바로 지적사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이번 학사 논문에 제1, 제2 지도교수로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스승이 제자의 승진을 위해 논문 지도교수로 슬그머니 이름을 올려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부교수 신분인 제자가 교수 학직을 받으려면 몇 건의 논문 지도를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 그 건수를 채워주기 위해 제자를 지도교수로 올린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대학 당위원회는 정만호 김일성대 부총장이 총책임을 맡는 검열조사위원회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당위원회 일꾼들과 대학 지도교수과, 국가학위학직심의위원회 성원 등 7명으로 구성된 검열조사위원회는 제2지도교수로 이름을 올린 박사 부교수가 지금껏 지도한 다른 논문들을 모두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이른바 ‘정실·안면’(학연·지연)관계로 빚어진 대학 전반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검열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김일성대 전 학부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대대적인 검열의 결과는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전까지 중앙당에 보고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대학 당위원회에서는 ‘이번 일은 10대 원칙(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도 어긋나는 행위로, 과학기술의 최고 전당이자 수령님(김일성)의 존함을 모신 최고 대학에서 절대 있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북한 조선노동당의 강령인 10대 원칙 제9조에는 ‘친척, 친우, 동향, 동창, 사제 관계와 같은 정실, 안면 관계에 의하여 간부 문제를 처리하거나 개별적 간부들이 제멋대로 간부들을 떼고 등용하는 행동에 대하여서는 묵과하지 말고 강하게 투쟁하며 간부 사업에서 제정된 질서와 당적 규율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소식통은 해당 교수들에 대한 처벌과 관련, “일단 이번 일에 연관된 대학 교원들은 비판이나 당 책벌(경고 혹은 엄중경고)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 학위학직이 박탈되고 교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아파트도 내놔야하고 지방으로 추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