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애도기간에 평양서 폭력 사건 발생… “가족 추방 위기”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북한 주민들이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김일성 사망일(7·8)을 맞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애도기간을 지정한 가운데 평양에서 20대 청년들이 패싸움을 벌여 보안서에 구류됐다고 내부 소식통이 8일 알려왔다.  

평양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6월 말쯤 평양시 선교구역에서 20대 청년들이 집단으로 싸움을 해서 가족들까지 추방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애도기간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불경죄를 적용해 가중 처벌한다. 주민들은 애도기간 추모 사업에 참여하거나 우상화물 경계 근무를 수행하면서 경건하게 지내라는 지침을 받게 된다. 떠들썩하게 놀거나, 술을 마시고 싸움을 벌이는 행위 등은 철저히 금지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김일성 사망 애도기간을 선포한 지 이틀 후인 지난달 25일경에 선교구역의 한 2층 식당에서 청년들이 싸움을 벌여 식당 창문 유리가 부서지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식당 주인과 주변의 만류에도 싸움이 거칠어지면서 주먹까지 휘둘러 보안원(경찰)들이 출동해서야 상황이 정리됐다고 한다. 보안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청년들이 하급단위 행정간부들의 자식들로 밝혀졌고, 간부집 자식들의 행실 문제로 비판이 커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그냥 싸워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애도기간에 싸움을 벌였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게 될 것”이라며 평양시에서 추방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북한에서 애도기간에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당국의 처벌이 두렵기 때문인데 최근 몇년간 애도기간 폭력 사건이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애도기간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주민들의 긴장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수령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세대가 이제는 중심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애도 분위기도 충성심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또한 시장화를 통해 개인주의가 확산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민심 이반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올해 김일성 사망 25주기를 맞아 노동신문 등을 통해 유훈 관철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 추모사업에 성실히 참가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