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장(정은) 통치능력 검증되지 않았다”

북한 내에서는 나름대로 엘리트 층이라고 자부하는 무역일꾼들은 장성택-김정은 라인에 줄을 서기 위해 몸이 달았지만 한편으로 북한 후계체제가 안정화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도 표출하고 있다.


즉, 김정은이 3대 세습에 성공해 김정일 사후에도 계속 북한의 차기 독재자로서 권좌를 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냐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대련에서 무역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리 씨는 김정일 대련 방문 행사도 멀리서 지켜봤다. 그의 눈에 비춰진 김정일의 모습은 그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갖춘 독재자가 아니라 병색(病色)이 완연한 늙은 노인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김정일을 직접 보고 난 후의 심경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리 씨는 “화폐개혁의 실패를 책임지고 박남기가 나가 떨어졌는데 이것도 사실상 박남기 잘못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많다”면서 “우리 지도부에 경제를 운영해나갈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4.15 때 북한 고위급 간부들에게 줄 선물을 조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것을 김대장(김정은)이 직접 주도했다고 들었다”면서 “간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고급 양주에 자동차까지 들여갔지만 어린 김대장에게 누가 충성을 다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4.15 때도 평양 주민들에게 경이로운 광경을 성사하려고 축포야회를 조직했지만 이것도 헛된 일”이라며 “불꽃을 쏜다고 김대장에 대한 존경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재 강 씨도 리 씨의 이런 견해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김대장은 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반대 세력을 제압하려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어려움이나 위기상황을 처리할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실 김대장이 나이가 어려서 다양한 경험도 부족하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스위스에서 배운 것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국에 있는 무역일꾼들은 후계 세습이 성공하지 못하면 조선이 혼란에 휩싸이고 중국이나 남조선에 흡수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북한 내부 기관에서도 과거 장군님이 대를 이을 때와는 분위기가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강 씨는 “일부 기관에서는 강경 군부 세력에 의한 역성(易姓)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군님과 김대장이 군부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고 대남 침투 기관인 정찰총국이 군 내부에서도 독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군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정책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군부가 김정일의 눈치를 보느라 김대장에게 충성을 맹세했지만 이것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강 씨는 평양에 거주하는 대학생 딸을 거론하며 “평양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온건파 군부나 행정경험이 풍부한 장성택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