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김정일 와병’ 몰라…“감자캐기 동원이 걱정”

10일 중국에 온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김정일 건강이상 보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또 북한 내부소식통은 김정일 건강이상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을 보였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만난 북한 무역업자 윤명길(가명) 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식 먹고 가장 좋은 곳에 사는 사람도 병에 걸리나?”라며 “내 생각에는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조선인민군 열병식이 취소되고 김정일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장군님(김정일)을 보위하는 의사는 (북한)공화국 최고의 의료진”이라며 “그런 일(김정일의 와병)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국적의 화교 장성용 씨는 “와병이 정말이냐?”고 놀라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좋은 약 먹고 좋은 의사들이 진료를 하기 때문에 쉽게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장군님’이 죽는다면 담당 의사들과 간호사들까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내가) 이번에 (북한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전해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여름 친척방문을 목적으로 중국에 방문한 최영란(가명) 씨는 “오늘(10일) 아침에 고향에 국제전화를 걸었는데, 가족들로부터 그런(김정일 와병) 소식도 듣지 못했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좋은 일이 아니냐?”라며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최 씨는 “김정일이 죽어야 조선(북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아마 조선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게 되면 속으로는 모두 다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몇 개월 살아보니 조선이 못 사는 이유가 딱 눈에 보인다”며 “내 주변 친척들에게 들어보니 중국이 잘 살게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없고, 영도자(지도자)를 잘 만나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10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김정일이) 병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본 바가 없다”며, 9·9절 기념행사에 김정일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평상시에도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열병식에) 안 나왔다고 해도 일반 주민들은 별 관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금은 그것보다 9월 6일부터 시작된 감자파기(수확)가 더 큰 걱정”이라며 “고등중학교 4학년 이상의 학생들부터 모두 동원 대상이고, 직장원들도 자기들이 배정받은 밭에서 감자파기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자파기 동원은 빠질 수도 없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하루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며칠씩 동원을 강요하면 정말 큰 걱정”이라며, “백성들은 김정일이 아픈 것보다 눈앞에 감자캐기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