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재판부, 가정폭력 남편에 이례적 공개 재판·중형 선고

북한 최고재판소. /사진=연합

최근 북한에서 부인에게 가혹행위와 폭행을 한 남편에 대한 공개재판이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폭력 문제 노출을 꺼리는 북한 사회의 특성상 공개재판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법정 최고형을 넘는 형이 선고된 것으로 알려져 가정폭력에 대한 북한 당국과 주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단,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이 9일 전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피고인(남편)은 평양의 한 개구리 양육장 책임자로, 예년보다 더운 날씨 때문에 개구리들이 계속 죽자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5월 술을 먹고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개구리 사료를 먹을 것을 강요했다. 아내가 이에 반항하자 모퉁이(구석)에 세우고 실신할 때까지 폭행했다.

이런 혐의로 지난달 초 재판소에서 공개재판이 진행됐고, 재판 결과 남편은 15년 유기형(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살인, 탈북, 인신매매 등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요 범죄가 아닌 가정폭력 문제로 공개재판을 열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북한은 가정폭력이 빈번하고 이를 가정 내 문제로만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공권력이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변화의 조짐이 읽혀진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가정폭력을 가지고 공개재판을 했다면 주목할만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사회적 인식이 조금 변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현재 공개재판이 정확히 어떤 경우에 열리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그러나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공개재판을 진행하는 만큼 가정폭력에 대한 문제 인식 확산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번 공개재판에서 재판부 구성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인민참심원()제를 바탕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북한 형소소송법(273조)은 제1심 재판소를 재판장인 판사와 인민참심원 2명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우리의 국민참여재판과는 다르게 재판소 구성에 주민들이 참여해 재판의 주체가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민참심원은 참심원들이 재판과정에서 판결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참심원이 의견을 주도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 현장 분위기상 인민참심원이 강한 처벌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교화형 15년형도 형법에 명시된 법정 최고형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가정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북한 당국의 인식에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형법의 고의적중상해죄(제271조)는 ‘고의적으로 사람의 생명에 위험할 정도의 상해를 입혔거나 눈, 귀 그 밖의 기능을 잃게 하였거나 얼굴에 흉한 허물을 남겼거나 정신병을 일으키게 하였거나 로동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 자는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앞항의 행위를 잔인한 방법으로 하였거나 피해자가 죽게 하였거나 여러 사람에게 중상을 입히면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북한 형법에 ‘한 범죄자가 저지른 여러 형태의 범죄가 각각 독립적으로 형사책임을 추궁할 수 있으면 병합한다’(제44조)는 조항이 있어 기타 범죄에 대한 형이 추가됐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