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도 영화 ‘신과 함께’ 인기… “사후 세계에 흥미”

소식통 "영화 시청 발각된 현역 군인들, 노동단련대형 처벌"

영화 신과 함께 포스터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포스터

최근 북한에서 저승의 심판과 망자의 환생을 다룬 영화 ‘신과 함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사후 세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소재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군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최근 현역 중사가 해당 영화를 시청하고 유출한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최근 남조선(한국) 영화 ‘신과 함께’가 유행하고 있다”며 “특히 군인들이 군부대 밖에 있는 매대집에서 ‘신과 함께’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매대집이란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파는 상점을 말하는데 암암리에 북한에서 불법으로 취급되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공유 및 시청도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ISFINK)는 2016년 9월, 북한 주민들이 돈을 주고 개인 집에서 외부 영상물을 보는 형태가 늘고 있다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소식통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사후 세계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는 몰래 점(占)을 즐겨보는 북한 주민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점술 행위에 가담하면 반(反)국가적인 미신행위로 간주돼 처벌받는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미신과 사후 세계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과 함께’는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에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인 셈이다.

소식통은 또 “영화에 남조선 군인들의 이야기가 나와 특히 군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며 “남조선 군인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 군인들이 흥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북한 군인들은 영화에서 관심병자 딱지를 단 ‘원일병(엑소 디오(도경수))’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원일병이 극중에서 과실로 총을 쏘고 또 자신의 의지와 달리 지휘관의 시신 유기를 방조한 것에 연민을 느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군인들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도 이렇게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의 병을 가진 병사들이 있구나’하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의 군인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또한 최근엔 해당 영화를 시청한 사실이 발각돼 군인들이 처벌받는 사건도 있었다. 소식통은 “황해북도 사리원에 위치한 한 통신소대 소속 박 모 중사가 같은 소대 병사 2명과 이 영화를 시청한 사실이 알려져 검열을 받았다”며 “결국 지난 11일 박 모 중사는 노동단련대 1년형, 병사들은 6개월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달부터 이달 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부대 밖 매대집에서 ‘신과 함께’ 1편 및 미국영화 다크 밸리 등 외화를 USB를 담아 시청했으며 편의상 USB를 매대집에 두고 부대에 복귀했다.

그런데 USB를 발견한 매대집 아들이 영상물을 복사해서 밤에 친구들과 시청하다가 보위부에 단속되면서 군인들까지 검열 대상이 된 것이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식 출처 탐색을 통해 박 모 중사 일행까지 조사 대상이 됐다”며 “이들은 결국 총정치국 출판검열국 79호실에 넘겨져 취조를 받았다”고 말했다.

79호실은 군에서 자체적으로 군인들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북한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시청 및 라디오 청취 등 미디어에 대한 검열을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79호실은 자본주의 국가의 영상물이나 출판선전물을 몰래 보는 행위를 ‘반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에 연루된 박 모 중사와 병사 2명은 형을 마치고 복귀하면 곧바로 불명예제대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군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인들의 외부 영상물 시청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군 당국이 해당 부대원 전체를 집합시켜 놓고 이번 사건의 전말과 처벌 결과를 발표했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본보기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