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送재일교포 1세대 ‘후회막심’-2세대 ‘부모원망’”

일본이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본에서 귀국한 북송교포들의 절망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23일 배포한 소식지를 통해 “귀국자들은 그동안 일본에 있는 친척들로부터 조금이나마 방조(도움)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해왔으나 (북핵 실험이 있었던) 2006년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며 이같이 전했다.

일본은 지난 11일 만경봉 92호 등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북한 국적 보유자 입국 금지, 북한으로의 수입 금지 등을 포함한 대북 경제 제재 조치를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2006년 이후 3번째로 연장된 것이다.

소식지는 “현재 그들(일본 귀국자)의 생활수준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며 “북한 주민들이야 친척이나 친구 중에 간부가 있거나 이런저런 연줄로 도움을 받지만, 대다수의 일본 귀국자들은 인맥이 없는데다 차별까지 심해 하층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조총련의 주도로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귀국사업을 통해 10년 동안 약 9만3천명의 재일교포와 일본인 가족들이 북한으로 돌아갔다. 당시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귀국자들에게 재산과 직위를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소식지는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귀국자 1세대들은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으며, 2세대들은 그런 부모를 원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지금은 일본에 남아있는 가족과 친지들까지도 “그렇게도 반대할 때는 기를 쓰고 가더니 이제와 후회하면 뭐 하느냐. 네가 좋다고 간 것 아니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귀국자 1세대인 고충현(74세) 씨는 “국가적 차원에서 오도 가도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하면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한두 번도 아니고 다시 차단해버리니 또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제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 앞에 죄인이다. 나는 죽어도 이제 그만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 따라나선 우리 자식들이 무슨 죄인가”라며 “제발 우리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귀국자 2세대인 서규환(42세) 씨는 “어렸을 때는 그래도 일본에 계신 큰아버지가 보내주신 옷가지며 당과류며 이런게 많아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제는 꿈같은 과거의 일”이라고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지금 화교를 부러워한다”며 “모국(중국)이 잘 사니까 그 덕을 많이 보지 않는가. 여기 원주민(북한 주민)들도 화교 집에서 심부름 일 하는게 꿈이라고 할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