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공격 피하려면 NPT 복귀하라

▲ 워싱턴포스트 5월 15일자 – 최후 수단으로만 볼 수 없다(Not Just A Last Report?)

북한이 연일 ‘콘플랜 8022’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 1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시작으로 조선중앙방송(20일), 평양방송(21일, 22일), 민주조선(24일),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 24일), 노동신문(25일) 등 모든 기관과 매체를 동원해 ‘콘플랜 8022’의 즉각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일단 지난 15일자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기인한다. 미국의 군사전문 저널리스트 윌리엄 아킨(William M. Arkin)은 미국이 북한과 이란을 선제공격하는 내용의 ‘콘플랜 8022’를 세워두고 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NPT의 혜택을 걷어 찬 것은 북한 자신

사실 미국의 선제공격계획은 새로울 것이 없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문제가 발생했을 시 방어하고 대응하는 개념에서 문제를 예방하고 조기에 해결하는 방향으로 모든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에 있다. 그런데 윌리엄 아킨은 “‘콘플랜 8022’의 선제공격 옵션 중에는 ‘핵무기 사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위험천만한 핵전쟁 시나리오”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5개 국(미, 소, 영, 프, 중)은 핵무기 관련 기술을 비(非)핵보유국에 이전하지 않고 ▲비핵보유국은 앞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것을 기본 얼개로 하고 있다. 이는 형식상 분명한 불평등조약이지만 ‘더 이상 새로운 핵보유국이 등장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현실적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대신 핵보유국은 핵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비핵보유국에 여러 혜택을 주는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비핵보유국이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을 개발할 때, 예컨대 원자력발전의 용도로 핵을 개발할 때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적극적인 기술과 물자 지원을 해주고 있다. 또한 비핵보유국의 안보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핵보유국은 비핵보유국을 핵으로써 공격하거나 핵공격의 위협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것을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이라고 한다.

여기다 비핵보유국이 핵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핵우산’으로 보호해준다. 예를 들어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당한다면 미국이 중국을 핵으로 보복한다고 천명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을 쉽사리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연합(UN)도 비핵보유국을 보호해주도록 되어있다. 이것을 적극적 ‘안전보장(positive security assurance)’이라고 한다.

이런 얽히고 설킨 핵통제와 상호보장체제를 통해 그 동안 인류는 새로운 핵보유국의 탄생과 핵전쟁의 발발을 막아왔다. NPT 체제가 불평등하다고 하지만 “NPT마저 없었다면 지금 지구에는 수십 개의 핵보유국이 생겨났을 것이며 핵전쟁의 가능성도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러한 NPT 체제를 심각하게 교란시키면서 NPT가 보장하고 있는 여러 혜택과 보장체제를 박차고 나온 장본인은 바로 북한 자신이다.

만약 지금 북한이 NPT 에 잔류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핵선제공격 계획을 비난하고 나선다면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핵보유국은 비핵보유국을 핵으로써 공격하지 못하는’ NPT체제를 벗어나 스스로 핵공격의 타켓 안에 들어와버린 북한이 이제와 미국에게 “위험천만한 핵전쟁 시나리오”라며 항의하고 있으니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핵보유 선언 국가에 대응책 마련하는 것은 당연

NPT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핵선제공격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형식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북한과 함께 ‘콘플랜 8022’의 공격대상으로 지목된 이란이 이에 항의한다면 이해가 된다. 이란은 현재 NPT 체제에 잔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건대 북한은 스스로 자격을 상실했다.

더구나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NPT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서 핵보유국이라고 자칭하기까지 하는 나라에 대해 대응태세를 마련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당연한 준비사항이다. 미국이 그런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 5월 3일 NPT 평가회의에서 연설 중인 카말 하라지 이란 외무장관(상단 스크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에 항의하고 싶으면 NPT에 복귀하면 된다. 그리고 완전한 핵폐기를 선언하면 된다. 그것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받는 길이다.

NPT 가입 이후 북한은 “부당한 핵사찰 압력”을 운운해 왔지만 그동안 숱한 국가들이 엄격한 핵사찰을 받아왔는데 북한만 엄살을 부리는 것은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북한의 우방인 쿠바까지 NPT에 가입해(2002년) 이제 NPT 가입국가는 187개 국에 이르며 곧 새로운 조약내용으로 갱신될 예정이다. 북한만 특별히 부당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북한을 돕고 싶다면 NPT 복귀 촉구하라

덧붙여 이번에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소개된 ‘콘플랜 8022’는 지난 2월에도 윌리엄 아킨이라는 동일한 인물에 의해 이미 언급된 바 있는 내용이다. “선제공격 옵션에 핵무기도 포함”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것이 없다.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 북한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모종의 배경을 의심하게 한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미국은 공격자, 북한은 피해자,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에는 일리가 있다’는 논리를 확산시키고 싶은가 본데, 그렇게 해서 남한의 얼빠진 친북좌파들의 눈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제사회는 코웃음 칠 것이다.

게다가 ‘콘플랜’은 말 그대로 CON(Operations plan in Concept Form) 플랜 – 아직 개념만 잡혀있는 계획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콘플랜 8022 폐기’를 거들고 나섰고 친북단체들도 이것을 이슈로 삼으려 하는데, 그럴 시간과 정력이 있으면 오히려 북한의 ‘치명적 잘못’을 지적해 주라. NPT에 복귀하고 핵을 완전히 폐기하라고 말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북한을 돕는 길이고, ‘콘플랜’이 구체적인 작전계획으로 완성되는 것을 막는 길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