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총국 지하벙커서 한바탕 소동… “배앓이로 고통 호소”

정찰총국 지하벙커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위치한 정찰총국 본부. /사진=구글어스 캡처

최근 북한 평양시 형제산구역 소재 정찰총국 지하벙커 근무자들이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배탈로 고통을 호소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지난주에 정찰총국 갱도 전투근무장 일상근무 성원들이 원인 모를 배앓이를 하면서 피가 섞인 변을 보고 열이 나는 증상을 보였다”며 “이에 즉시 원인을 밝혀내라는 지시가 내려져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정찰총국은 일단 근무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복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섭취하는 물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산꼭대기에 있는 식수 탱크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정찰총국 작전부와 군의부 일꾼들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물탱크를 열어 내용물을 살폈는데, 탱크 안쪽 벽에 부분적으로 퍼런 물때가 끼어있는 것이 발견돼 곧바로 세균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갱도 먹는 물 땅크(탱크) 뚜껑을 열었을 때는 육안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벽에 시퍼런 물이끼가 군데군데 낀 것을 보고 바로 세균검사를 진행했다”면서 “이후 군의부는 하루 만에 ‘아메바성 적리’로 결론을 지었다”고 말했다.

아메바성 적리는 이질아메바의 감염으로 생기는 소화 기관 전염병으로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되면 피가 섞여 나오는 설사가 계속되는 증세가 나타나며, 재발 또는 만성화하기 쉬워 충분한 치료와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태로 근무자들이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정찰총국의 유선 통신 업무 등이 일시적으로 마비 현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대 근무자들이 즉각 투입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됐고, 이는 곧 심각한 문제로 불거져 책임자에 대한 처벌 필요성도 제기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 식수가 세균에 감염됐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초점은 한 달에 한 번씩 물탱크에 소독약을 투여하는 군의부로 모아졌다고 한다. 군의부 근무일지를 통해 물탱크에 한 달이 넘도록 소독약을 투여하지 않은 것이 추가 조사로 확인됐고, 결국 대좌(대령) 계급의 군의부장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게 됐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은 “이번 일로 50대 초반의 정찰국 군의부장은 사상투쟁 무대에 섰다”면서 “이에 지난 11일 정찰총국 지휘부 군관들이 모인 군인회관에서 군의부장에 대한 집중비판이 진행됐고, 그 사람은 당적으로도 경고 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찰총국은 물탱크 청소와 소독, 물갈이 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임시로 마실 물을 밖에서 길어오라는 지시를 내려, 근무자들이 실제 길어온 샘물을 끓여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