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애국헌납’ 명목 뇌물 받고 입당 허가…”옥수수 2t 바쳤다”

당 창건일 맞아 입당 전제로 뇌물 성행...소식통 "신분 상승 욕구 활용"

북한에서 최근 노동당 창건일(10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입당(入黨)을 전제로 뇌물을 받아 챙기는 일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민들의 입당하는 문제도 ‘애국헌납’이라는 이름으로 유도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백암군에 사는 40대 초반의 한 주민이 돼지 3마리와 2t의 옥수수를 바쳤고 오는 10일 입당이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는 물심양면으로 애국했다는 증서도 받았고, 도당에서 입당준비를 하라는 지시도 받았다”면서 “최근엔 당원 자질을 심사하는 당 세포모임을 가졌으며 후보당원증까지 수여받았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주민은 시장화에 제대로 편승, 적지 않은 자금을 벌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성분’이 마음 한 켠을 짓누르고 있었다. 입당을 못해 다소 위축된 채로 살았다는 것이다.

‘당원’이라는 간판은 그의 입장에서는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다. 이처럼 ‘출신 성분’이라는 문턱은 예상 외로 높았고 그에겐 흔한 ‘분조장’(협동농장 말단 단위 책임자) 자리조차도 차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운도 없었다. 해마다 상급에서 내려 보내는 입당 폰트(할당 인원)도 적었다. 마을에서 한 명도 입당하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이런 조건에서 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입당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뒷돈을 대고 ‘입당증’을 사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이 주민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당 창건일을 맞아 자금을 모으던 한 간부에게 이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돈 버는 데 머리만 굴릴 줄 알았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충성심보다는 돈이 우선이고, 돈이라면 뭐든지 살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바친 ‘돼지 3마리와 옥수수 2t은 현재 북한 시장 물가에 따라 환산해 보면, 500달러 정도다.

소식통은 “도시라면 모르겠지만 농촌에서 500달러는 정말 큰돈”이라면서 “이 주민 입장에서는 정말 큰 용단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 탈북민(2000년 탈북, 평양 출신)은 “1990대엔 300달러에 거래됐는데, 그 당시엔 이 정도면 쌀을 2t 넘게 살 수 있었다”면서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뇌물 가격이 지속 하락했고, 지금은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졌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500달러를 줬다면 이 주민은 상황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똑똑한 당 간부가 그의 염원을 제대로 파악해 한몫 잡을 생각으로 이 같은 방안을 꾸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에서는 시장화에 따라 당원을 꺼리는 풍조가 번지고 있다. 첫째, 당원들의 장사활동이 비당원에 비해 자유롭지 못하고, 이 때문에 개인 기업소 사장도 당원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데 주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당원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이 40대 초반의 한 주민의 사례처럼 ‘간부로 출세’ 가능성과 ‘명예’ 때문에 당원증을 사려는 주민들도 간혹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