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영양 책임질 10만 소(牛) 보유 ‘통일도축장’ 세울 것”

“북한 항구 가까이 호주 소 10만 마리(월 10,000두)를 실은 채 운송해 육가공하는 도축장 건설을 꿈꿉니다. 북한 축산업도 발달하고, 주민들도 소고기를 먹으며 영양을 보충할 수 있도록 말예요. 꼭 정치적인 부분만 통일 준비인가요, 이런 것도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통일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 농업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농축산업 전문회사 TASCO(Taskor Development PTY. LTD)를 경영하고 있는 교민 최웅규(65, 사진) 대표의 말이다. 25년 전 호주에 정착한 후 현지 전역의 농장들을 탐방하며 어느새 ‘농축산업 베테랑’이 된 그가 이제는 북한의 미(未)개간 지역을 ‘한반도 통일 목장’으로 가꿀 구상에 나섰다. 그는 최근 진행된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타깃이 왜 북한이냐는 질문에 “제 나름의 통일 준비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3년 전 방북해 부두 인근 시골 마을을 둘러봤는데, 호주의 도축시설을 도입하면 10만 마리의 소도 키울 수 있을 환경이더라. 1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첫 방북 당시만 해도 관계자들이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지만, 이후 호주의 축산업 성과를 비롯해 내 사업구상을 계속 살피더니 몇 주 전에 방북했을 땐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 대표가 가장 기대하는 건 단순 사업 수익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소고기를 섭취해 부족한 영양을 채우는 있다는 부분이다. 그간 북한에선 소가 귀해 식용이 거의 없고 논과 밭을 가는 수단으로만 활용됐다.

그는 “소고기를 도축하면 25%가 구이용 부위고, 나머지는 국으로 끓여 먹을 수 있는 부산물이다. 현재 계획은 소고기 수입이 많은 러시아에 구이용 부위를 수출하고, 나머지 부산물을 북한 주민들에게 나눠줘 고단백 영양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소 10만 마리면 주민 300만 명에게 충분한 영양을 보충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사업인 만큼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대북 제재 국면에서 호주와 북한 간의 축산업 교류를 호주 정부는 물론 주요 기구들이 선뜻 허용할지도 미지수다. 최 대표는 현재 북한의 정부 기관과 합영 회사 등과 직접 접촉해 사업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최 대표는 “통일 목장 사업은 정치와 무관하게 인도적 차원의 교류가 됐으면 한다”면서 “축산업 교류가 정말 북한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지가 걱정이라면 이 프로젝트를 마냥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유엔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함께 모니터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관계자들에게도 ‘통일 목장’만큼은 치외법권(治外法權)으로 북한 당국의 규율이 아닌 국제법적 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면서 “그래서 자유 무역처럼 누구나 와서 축산업에 투자할 수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충분히 배급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굳이 사비를 탈탈 털어서까지 북한에서 새 프로젝트를 추진하느냐고 묻는데, 북한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로서는 그저 ‘하나님의 뜻’이겠거니 생각한다”면서 “25년 간 호주에서 농축산업 전문가로 살았으니 이제는 북한 동포를 위해 힘쓰고 싶다. 민간 차원에서나마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북한 세포군(郡)에 위치한 세포등판 축산단지의 전경. 약 5만 헥타르에 이르는 황무지 같은 토지를 개발하여 동북아시아 최대의 방목용 목장을 조성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 사진제공=최웅규 TASKO 대표

[다음은 최웅규 TASKO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북한에 호주식 축산업을 도입하려는 구상이 참신하다. 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뭔가?

공무원 일을 그만 두고 마흔 살에 호주로 이민을 와 25년간 농업 전문가로 지냈다. 7년 간 직접 소를 키우기도 했고. 농축산업에 종사하면서 호주산 소 70만 마리를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걸 지켜봤는데, 인도네시아 측에서 호주 소를 너무 무자비하게 다루더라. 그래서 인도네시아 수출을 그만 두고 새로운 수출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문득 북한 땅이 떠올랐다. 항구 가까이에 도축장을 건설하여 북한에 소 부산물을 식량으로 공급하여 주면 좋을까 싶더라.

물론 북한에 무턱대로 소를 수출해봤자 북한은 아직 소 사료를 충당할 만한 형편이 못 된다. 그래서 아예 북한에 호주식 도축장을 만들고, 소를 싣고 가 키우면 그것이 곧 축산업의 합작이자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식량 사업이 될 거라 봤다. 이 구상을 들고 3년 전 처음으로 방북했다.

– 북한 어느 지역서 어떤 방식으로 축산업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아직 북한 측 관계자들과 사업 논의 단계에 있으니 구체적인 사업 지역은 언급하기 어렵다. 다만 부두 가까운 지역에 축산 기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주 도축시설을 도입하면 소 약 10만 마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통상 소를 도축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구이용 부위는 25% 정도 되고, 나머지는 부산물이다. 서구에서는 이 부산물을 거의 안 먹어 수출하기가 어려운 데, 우리 민족은 곰탕 등 고영양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소고기 수입이 많은 러시아에 구이용 부위를 수출하고, 나머지 부산물을 북한 주민들의 영양식으로 제공하는 게 내 구상이다. 소 10만 마리면 북한 주민 300만 명의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양이다. 보다시피 이 사업은 막연한 ‘통일 사업’이 아니라, 현재 영양부족의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적 지원이기도 하다. 

– 수익은 어느 정도 되나?

소 한 마리를 잡고 수출할 제품으로 만드는 데 약 250달러에서 300달러 정도 든다. 다만 호주에서는 이 밖에도 배에 싣고 가는 경비로 한 마리당 100~150불정도 더 들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직접 도축을 한다면 러시아에는 기차로 수출하면 되니 도축과 포장에 드는 비용만 감당하면 된다. 이는 러시아 수출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테고. 운송비가 들지 않으니 순 이익은 더 커지겠지.

호주식 기술과 투자로 축산 기지를 만들 테니, 북한 측에게는 인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약 100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에게 그만큼의 일자리를 줄 수 있을 테고. 인건비는 별도 지급될 수도 있겠지만, 한 마리의 75%나 되는 부산물로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영양식이 될 테니 말이다.

– 북한에서 접촉한 사업 관계자들은 최 대표의 구상에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3년 전 첫 방북했을 때만 하더라도 전부 내 구상에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반응이었다. 한인 교민과의 사업 교류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다가 작년 11월에는 되레 북한 측에서 먼저 “사업을 추진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내 사업 구상이라든지 북한 축산업 비전을 보고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 본 듯하다. 다만 몇 주 전에 갔을 때는 작년 말에 비해 조심스러워 보였다. 아무래도 대북제재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겠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사업을 당장 시작하자는 욕심을 내기 보다는 통일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시작한다면 무리는 없을 것이라 본다. 특히 대북제재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북한 측 관계자들이 많다. 과거 초기 북한 정부도 인민들에게 이밥과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게 북한에서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었는데, 만약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제대로 된 고깃국을 배급할 수 있다.

– 북한도 일찍이 축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세포기지 등을 만들어두지 않았나. 최 대표의 사업 구상 중 세포등판 축산단지와 연관되는 부분은 없나?

방북해서 보니 세포기지 면적이 5만 헥타르(ha) 정도 되더라. 다만 그 땅을 어떻게 가꾸어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많지 않던데, 축산업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초지 조성은 3년 전부터 했다고 하던데, 알다시피 북한 추운 겨울이 있어서 방목용 초지 조성이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송아지 공급 역시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이다.

앞으로 내 사업 구상과는 별도로 세포기지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알려줄 계획이다. 방북 당시에도 축산업 관련 조언을 10페이지 정도로 작성해 줬는데, 세포기지를 운영하는 데 있어 유익하게 쓰일 거라 생각한다.



북한 세포등판 축산단지 전경. / 사진제공=최웅규 TASKO 대표

– 사업 구상을 들어보니 굉장히 구체적으로 준비했는데, 문제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최 대표의 사업을 호주나 한국 정부가 독려해줄지 의문이다.

일단 호주 정부나 대사관에는 내 사업 구상을 미리 밝혀놓은 상태다. 물론 선뜻 응해줄 지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말했다시피 이 사업은 인도적 차원의 구상이다. 영양부족의 북한 주민들을 위해 영양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인데, 그렇다면 오히려 유엔 차원에서도 나서서 함께 모니터링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유엔 측에게는 인도적 방향으로 이 사업을 적극 제안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도 아직 관심이 없는데, 민간 차원에서의 통일 준비도 눈여겨봐줬으면 한다.

그리고 북한에도 ‘통일 목장’에 대해선 치외법권(治外法權)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투자안전보장책이나 국제보험 등을 들어 그 지역만큼은 북한 당국의 규율이 아닌 국제법적 기준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자유무역과 같이 누구나 와서 축산업에 투자도 할 수 있게 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소고기가 제대로 배급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이른바 ‘통일 목장’ 구상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통일 목장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꿈꾸고 있나?

그저 국가에 뭔가 보람된 일을 하려는 것뿐이다. 그게 통일이라면 더 최선을 다해 임하고 싶고. 혹자는 내게 무엇 때문에 사비를 탈탈 털어가며 북한에서 사업을 하려는 거냐고 묻는데, 나로서는 그저 ‘하나님의 뜻’이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다(웃음). 25년 간 호주에서 농축산업 전문가로 살았으니 이제는 북한 동포를 위해 힘쓰고 싶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나?

호주의 농축산업은 세계적으로 선진화됐을 뿐 아니라 산업기반 시설인 인프라가 매우 잘되어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호주 농장용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자신의 국가 땅으로 만들고 있다. 왜냐하면 호주는 아직까지 농축산업 농장 면적을 외국인들에게 무제한으로 명의 이전을 해주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산권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 몽골 등에서만 장기 임대권을 갖고 농업 투자를 하고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공산권 국가들에게 농업 투자를 한다면 언젠가는 모두 놔두고 철수를 해야만 하는 게 문제다. 우리는 통일이 되면 당장에 식량이 필요하며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호주의 좋은 조건의 경작지를 매입해 영원히 우리나라 땅으로 만드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식량 자급자족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