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호 취역에 北 민심은?…“만들라 한 사람보다 만든 사람이 고생”

자체 건조에 자부심 느껴도 지도자 업적과 연결지어 선전하는 것엔 시큰둥…사고 전력에 성능 의심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5000톤급 신형 구축함 ‘강건’호의 취역식이 전날(6일) 원산항에서 개최됐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해 진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북한의 5000t급 구축함 ‘강건’호가 1년여 만에 정식 취역한 가운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군함 자체에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그 성과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만 돌리는 선전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강건호 취역 소식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소식통은 “제일 약하다고 평가되던 해군력이 이제는 좀 강해졌다는 반응이 있었고, 큰 군함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6일 원산항에서 강건호 취역식을 열고 이를 “경제력과 국방력, 과학기술력의 집합체”이자 “조선(북한)의 자존심”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느끼는 자부심이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큰 군함을 자체로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이를 원수님(김 위원장)의 성과로만 포장하는 신문·방송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도자는 말 한마디로 만들라고 하면 끝이지만, 실제로 배를 만든 것은 1년 넘게 밤낮없이 일한 기술자와 노동자들”이라면서 “주민들도 본인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의 현장 경험을 통해 그 고생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주민들이 국가적 성과의 원인을 최고지도자의 ‘현명한 영도’보다 현장 인력의 숙련과 희생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본보는 지난해 5월 강건호 진수 사고 책임자들이 잇따라 구속되자 청진 주민들 사이에서 “성공하면 수령의 공이고 실패하면 간부 탓이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구축함 사고 책임자 줄구속에 “성공은 수령 공, 실패는 간부 탓?”)

지난해 황해남도 연백지구 간석지 건설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맨손에 삽을 들고 성과를 낸 것은 노동자인데 왜 성과는 간부들의 몫이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수와 건설 등 여러 현장에서 실제로 일한 사람과 성과를 가져가는 사람이 다르다는 불만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연백지구 간석지 건설장서 이례적 비판 모임…무슨 일?)

한편, 강건호는 지난해 5월 청진조선소에서 진수 도중 선체가 기울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북한은 사고 22일 만에 라진조선소에서 다시 진수식을 열었지만, 이후 약 1년간 수리와 항해·무기체계 시험을 거쳐 지난 6일 정식 취역시켰다.

소식통은 “처음 배가 기울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리 수리해도 전투는커녕 제대로 떠다니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 “지금도 한번 넘어진 군함을 실제 전투에 쓸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주민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군사적 성과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아졌다는 전언도 나온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핵무기만 가지면 미국과 한국이 겁을 먹고 쌀과 물자를 가져다 바칠 것처럼 선전했다”면서 “핵무기도 있는데 왜 군함까지 계속 만들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은 잘살게 해달라는 것까지 바라지 않으니 배고픔이라도 면하게 해달라는 심정”이라면서 “강건호나 미사일, 핵무기가 인민생활과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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