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산으로 몰리는 주민들…“도토리 잘 주우면 한 해 농사”

술·묵 등 가공 수요 늘며 도토리 가치 높아져…특산품 생산 확대로 도토리 과제도 늘어

북한 국경 지역 야산에서 한 주민이 무언가 채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일부 산악지역에서 가을철 도토리 채취에 나서는 주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도토리술과 묵 등 가공식품 원료로 쓰이는 데다 약용 재료와 각종 과제용 수요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은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도토리를 주워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2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개천시와 덕천시 일대 산악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도토리를 줍기 위해 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일대는 탄광지대가 많고 비교적 산림이 무성한 데다 주민들이 흔히 참나무라고 부르는 도토리나무가 밀집해 있어 해마다 이맘때면 도토리 채취가 활발히 이뤄진다고 한다.

주민들은 도토리를 주워 데친 뒤 말리고 껍질을 벗겨 도토리술이나 도토리묵을 만들고 일부는 약재로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 지역에서는 매년 가을철이면 도토리 줍기를 한다”며 “조직이나 단위별로 도토리 과제가 내려오는 경우도 많아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가을철 일거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학교들에는 이른바 ‘도토리 방학’으로 불리는 휴교 일정이 따로 있을 정도로 도토리 채취가 연례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발전 정책 기조 속에서 지역 특산품 개발이 강조되면서 도토리의 활용 가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개천시와 덕천시 일대 식료공장들도 지역 특산물을 내세운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품목으로 도토리술을 비롯한 도토리 가공식품이 꼽힌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도 도토리를 많이 활용했지만 요즘은 지방공장에서 자체 특산품을 생산하라는 요구가 커지면서 도토리를 찾는 곳이 더 많아졌다”며 “도토리술 같은 상품이 지역을 대표하는 생산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민들에게 내려오는 도토리 과제도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주민들은 도토리를 직접 먹기보다는 직장이나 조직에 과제로 바치거나 식료공장과 수매처에 넘겨 수익을 얻기 위해 채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토리 채취를 농사 못지않은 가을철 수입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소식통은 “농사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품을 들여야 하지만 도토리는 떨어지는 시기에 며칠만 바짝 움직이면 된다”며 “잘만하면 이때 주운 도토리가 한 해 농사를 거저 지은 것과 맞먹는 수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밤새 바람에 떨어진 도토리를 먼저 주우려고 새벽부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고 몇십 리 떨어진 곳에서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도토리 채취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생계형 활동이지만 최근에는 지방 특산품 개발과 가공식품 생산 확대가 맞물리면서 경제적 활용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도토리 활용이 늘어날수록 개인에게 부과되는 도토리 과제도 함께 증가해 이에 대한 주민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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