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안북도 농촌 지역에서 추석을 앞두고 햇곡식을 가공하려는 주민들이 방앗간으로 몰리면서 방앗간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 방앗간은 9·9절(북한 정권수립일)을 계기로 전기가 계속 보장되고 있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곡식을 가공해 두려는 주민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고 한다.
2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염주군 일대 농촌 방앗간들이 연일 늦은 밤까지 기계를 가동하고 있다. 9·9절에 이어 추석과 당 창건일(10월 10일) 등 굵직한 명절이 잇따르는 데다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주민들이 곡식 가공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농촌 방앗간들은 열악한 전력 사정으로 장기간 가동을 멈추기 일쑤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전력이 공급되면서 주민들이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꺼번에 방앗간으로 몰리는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9·9절이라고 공급한 전기를 방앗간에 계속 보장해 주고 있다”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며 가루를 내고 강냉이(옥수수)쌀을 만드는 등 곡식 가공에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는 집에서 손으로 조금씩 가루를 내야 하는데 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한밤중까지 기다려서라도 자기 순서를 지켜 가공해 가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이미 수확을 마친 밀과 보리는 가루로 빻고, 옥수수는 빠르게 말리고 손질해 옥수수쌀로 만들거나 국수로 뽑는다고 한다. 이렇게 가공한 먹거리는 명절 음식으로 쓰기도 하고, 겨울철에 한 번씩 별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따로 저장해 두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평소에는 먹을 것을 아껴야 하지만 수확철이 되면 그래도 자기 집 형편에 맞게 조금씩 별식을 준비한다”며 “곡식을 가공하는 이때가 주민들에게는 한 해 중 가장 기분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북한 농촌에서 수확철은 주민들이 잠시나마 먹거리 걱정을 더는 시기로 꼽힌다. 여기에 큰 명절까지 맞물리면서 수확한 곡식을 부지런히 가공하고 저장하려는 농촌 주민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전기가 언제 다시 끊길지 몰라 그 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공해 두려고 밤늦도록 방앗간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풍경은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인 이맘때의 일상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편, 주민들이 방앗간에서 어떤 곡식을 얼마나 어떻게 가공하느냐를 보면 형편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옥수수 국수는 해 먹기가 편하고 별식으로도 선호되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소비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식량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는 곡식을 국수로 뽑아내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소식통은 “국수는 먹기는 좋은데 그만큼 헤프게 먹는 음식”이라며 “그래서 식구 수 대비 국수를 얼마나 많이 뽑아가느냐만 봐도 그 집 형편이 어떤지 대략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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