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 농업과학기술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가입과 이용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농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앙에서는 시·군 단위 당위원회와 농업경영위원회, 농장들에 농업과학기술 관련 앱 가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가입률 100%’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실적 미달에 따른 책임을 우려한 지방 간부들이 농민들에게 가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농업 생산성을 높이겠다며 과학농사와 농업 정보화를 적극 강조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과학원 농업정보화연구소가 개발·운영하는 농업과학기술 봉사프로그램 ‘황금열매’다. 이 프로그램은 농작물 생육 예보와 농업과학기술 자료를 열람하고 전문가에게 질문하거나 영농물자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최근 1.3 버전에서는 음성인식과 가축 질병 진단, 지불봉사 등 기능도 더욱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기상 변화에 대응하고 병충해 피해를 줄이며 농민들이 새로운 농업기술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가입률과 이용 실적부터 요구하는 방식에 있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상당수 농촌에서는 여전히 비료와 농약, 농기계 연료와 전력 등 기본적인 영농 조건을 갖추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앱이 알려주는 과학농법이나 각종 생육 정보가 있어도 이를 실제 농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데일리NK가 지난해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농업용 무인기 도입 실태를 다룬 기사에서도 상당수 농장이 비료와 농약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 역시 시·군 농업경영위원회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언급됐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도 드론으로 농약 살포…지원은 일부 대형 농장만?) 북한 매체가 보여주는 첨단 농업의 모습과 일반 농장원들이 경험하는 현실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농민들에게 앱 가입과 사용만 요구한다면 농업 정보화 정책의 취지마저 퇴색할 수 있다. 특히 농번기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별도의 앱 사용법 교육과 가입 실적까지 요구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료 정보 이용에 비용까지 들어간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민일수록 부담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에서 정책 목표가 숫자로 제시되면 일선 기관들이 실제 효과보다 목표 달성 자체에 매달리기 쉽다는 점이다. 가입률을 높였다는 보고가 올라가더라도 농민들이 실제로 해당 정보를 활용했는지, 그 정보가 생산량 증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농업 생산의 성패는 스마트폰 속 정보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질 좋은 종자와 비료, 농약, 농기계와 연료가 필요하고 관개시설과 전력 공급도 뒷받침돼야 한다. 농민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였을 때 자신의 생산과 소득이 실제로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어야 한다. 그런 조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 이용만을 강제한다면 과학농사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또 하나의 행정적 과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농업에 정보화와 새로운 기술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강요해서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농민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선택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농민들에게 앱 가입을 요구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 정당한 몫을 얻고, 필요한 영농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새로운 기술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농업 문제의 해결책은 ‘가입률 100%’라는 숫자에 있지 않다. 농민의 경제적 이익과 선택권, 그리고 농업 현장의 실질적인 조건을 개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강제는 결코 농업 정보화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며, 농민의 자발성이 빠진 과학농사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