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재생기 사용자 등록 의무화…자체 검열 효과 노렸나

불법 복제 영상물 시청 차단 명분이지만 주민 기기 이용 전반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조치로 해석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노트텔, 라디오, MP4 플레이어.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주민들의 영상 콘텐츠 소비 핵심 수단인 DVD 재생기의 사용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불법 복사 영상물 시청 차단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내부에서는 주민 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단천시 내 기술봉사소들에서는 지난달부터 ‘목란 고화질 DVD 재생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등록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용자의 인적 사항과 기기 정보를 연계해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기술봉사소들에서는 손전화(휴대전화) 통보문(문자메시지)을 통해 목란 고화질 DVD 재생기 사용자 등록 사업을 진행한다고 공지하고, 일정 기간 안에 기술봉사소를 방문해 등록을 완료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용자는 기기와 공민증(주민등록증)을 지참해 가까운 기술봉사소로 가서 등록해야 하며, 기기 한 대당 한 명의 사용자만 등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며 “특히 등록되지 않은 기기는 앞으로 동영상 열람(재생)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기술봉사소에서는 등록을 완료하면 목란광명기술사에서 보급하는 영상 콘텐츠를 우선 제공하고, 무료 영상 CD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민들의 등록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겉으로는 기술 봉사의 체계화를 내세워 주민 편의를 도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국가가 기기와 사용자를 직접 관리해 불법 복사된 영상물의 시청과 유통을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그동안 불법 영상물 시청과 유통을 막기 위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국가에 정식으로 등록된 DVD 재생기만 정상 기기로 인정하고, 미등록 기기 소유 자체를 위법 행위 시도 근거로 간주하는 등 주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주민들 역시 자신이 소유한 기기가 국가에 등록돼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위압감을 느껴 기기를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불법 복사된 영상이 담긴 CD, USB 등을 꽂는 행위 자체를 극도로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단속 없이도 주민들 스스로 검열하게 만드는 강력한 통제 효과를 노린 것이란 얘기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기기로 어떤 영상을 시청하는지 단속하는 게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불법 영상물을 재생하는 기기 자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통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주민들도 영상 시청과 영상 재생 기기 이용 전반을 국가 관리 체계 안에 두려는 조치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봉사소가 단순히 기기를 수리하는 역할을 넘어 기기 사용자 정보를 등록·관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사실상 통제기관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또 하나의 주민 감시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Previous article[남북농업협력] 북한은 지금 왜 석탄을 강조하는가?
Next article김일성 업적·헌신 띄운 역효과?…노년층 “수령님 시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