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독재 세습 김정은 ‘전쟁납치’ 책임 있어”

올해로 6·25전쟁 휴전 협정 60년이 흘렀지만 전쟁기간 북한에 의해 납치된 한국 국민들의 송환 및 귀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지만 남편, 아버지를 잃은 가족들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가족들은 ‘생사확인만이도’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전시(戰時) 납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전시 납북자에 대한 생사확인 요청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최근 김규식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 등을 납북된 남한 민간인으로 인정하자 “남한에서 말하는 납북자란 허위와 날조로 조작된 것”이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부는 전쟁납북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관련 피해자 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도 미미하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사진)는 이 같은 어려움에도 10년 가까이 묵묵히 북한에 의해 자행된 납북 실태를 조사하고 폭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족회는 24일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 전쟁납북 문제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할 수 방안을 논의했다.


23일 동대문구에 위치한 가족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미일 이사장은 이런 활동을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범죄 혐의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이사장은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독재체제를 그대로 승계했기 때문에 선대(先代)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현재 김정은도 납치 전쟁범죄에 대한 죄인으로 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법조계 전문가들을 모셔 국제법적으로 (전쟁 납북에 대한) 김정은 정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연구도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이런 활동을 통해 김정은을 직접 ICC에 기소하는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심포지엄에서는 유럽 폴란드에서 구(舊) 소련이 자국 장교와 민간인들을 납치한 실태를 조사하는 연구원 등도 초빙했다면서 “(이런 분들의 조사 활동에 대한) 의견을 듣고 북한의 납북 범죄는 어떤 식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전쟁 납북에) ‘북한의 납치’라는 용어를 반드시 사용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도해 북한이 전쟁 범죄를 시인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는 국제사회에 신뢰를 바탕으로 납북 문제 등 상식에 벗어난 북한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정부는 전쟁 납북자에 대한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그분들의 희생을 널리 알리는 것뿐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김정은 정권에 직접 압박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살리는 일이고 우리의 국제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인터뷰 전문]


-6·25전쟁 정전 60주년이다.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에 전쟁 납치 피해자들의 생사확인과 유해를 송환해주기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송환되면 그들의 대한 학대 사실이 드러나는 등 체제의 위협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의 문제에 대해서도 눈을 감고 있다.


남한 민간인 납북 문제가 휴전회담에서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실향사민(失鄕私民)으로 규정돼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되다 보면 북한에 의해 자행된 전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북한의 납치’라는 용어를 반드시 사용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여론화가 중요한데, 북한도 가입돼 있는 국제적십자 총회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전쟁범죄에 대한 ‘옐로카드’를 받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된다.


-국제공조를 통한 납치 피해 문제의 해결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 최근 출범한 폴란드 과거사 위원회(IPN) 국가 연구원을 초빙했다. 이 단체는 최근 폴란드가 공산권 치하에 있을 때 폴란드 장교와 민간인들이 구(舊) 소련 스탈린이 잡아간 것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험에 따른 의견을 듣고 북한의 납북 범죄는 어떤 식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참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법조계 전문가들을 모셔 국제법적으로 김정은 정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연구도 진행될 예정이다.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여러 케이스를 알아보고 법조계 전문가들을 모셔서 그것을 평가할 것이다.


북한에 납치 현황에 대한 사람들의 증언과 그와 관련된 신문 기사들과 관련 문건들을 정리해 12월 제네바에 직접 방문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들을 직접 만나고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등도 논의할 것이다.


-북한 김정은에게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


이런 납치 피해가 60년 넘게 지나고 김정은이 정권을 잡았지만 북한은 지속적으로 전쟁 납북자에 대해 ‘날조’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그동안의 모습 그대로다. 또한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독재 체제를 그대로 승계했기 때문에 선대(先代)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잘못을 인정하면 모를까 현재 김정은도 납치 전쟁범죄에 대한 죄인이라고 봐야 한다.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 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위원회를 발족해 납북자 신고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고자가 3200여 건으로 굉장히 적다. 이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이미 그 당시를 상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개별 보상이 없고 절차도 복잡해 연로하신 분들이 직접 신고를 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냐는 판단도 든다. 또한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듯하다. 이런 것보다는 기념관을 세워 후손들에게 이 같은 북한의 실체에 대해 가르치고 납북 피해자 분들과의 교류와 이해를 돕는 활동이 더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용산 전쟁 기념관 옆에 전시 납북자 기념관을 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와 같이 된다면 한국이 자국 민간인 피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또한 이 기념관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납치 피해에 대한 사례와 해결방안 등을 모색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한다면 한국은 납치 문제에 대한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한국사 교과서에 전쟁 납북자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다. 정부는 이 문제를 교과서에 싣고 북한이 자행한 남한 민간인 납북 실태를 정확히 알려나가야 한다. 이는 인권 침해 사례가 아니라 인권 박탈이고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아닌 한국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눈치를 보면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이미 낡은 사고다. 정부는 전쟁 납북자에 대한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고 그분들의 희생을 널리 알리고 명예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 정권에 직접 압박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살리는 일이고 우리의 국제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제사회에 신뢰를 바탕으로 납북 문제 등 상식에 벗어난 북한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회는 ‘진실은 영원히 녹슬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북한 정권의 실태를 폭로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