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은 뇌물운동

▲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 모인 3대혁명 소조원들

29일자 <노동신문>은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은 가장 높은 형태의 대중운동“이라는 사설을 냈다. 사설은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계속 심화ㆍ발전시키는 데 선군혁명 위업을 완성하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의 본질과 그 실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운동이 북한에서 가장 우월한 대중운동처럼 비쳐질 것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1980년대 초부터 대중적인 뇌물운동으로 변해버렸다.

원래 이 운동은 3대혁명(사상·기술·문화 혁명) 수행에서 모범적인 단위(기관, 기업소, 협동농장, 대학, 학교, 군부대의 작업반, 학급, 중대단위)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생일과 당창건일 및 정권기념일마다 ‘정령'(정치상의 명령이나 법령)을 통해 진행되는 대중 운동이었다. 60년대의 천리마운동을 계승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상급기관으로 갈수록 질높은 뇌물 요구

이 운동이 뇌물운동으로 전락한 것은 생산단위 당간부들의 명예욕과 물욕 때문이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3대혁명붉은기를 쟁취한 단위 간부는 충실성의 표본이 되고 각종 회의 때마다 주석단에 오르는 등 찬사의 대상이 된다.

또 붉은기를 쟁취한 단위 책임자를 비롯한 열성 관료들에게 TV, 재봉틀, 녹음기, 양복지 등 선물이 주어진다. 단체 성원들에게는 ‘3대혁명붉은기 훈장’이 골고루 주어지는데, 이 훈장은 국기 훈장 2급에 해당된다.

국기 훈장 2급에 공로메달 몇 개를 타면 60세 이후 퇴직하여 배급식량 1일 600g, 한달 현금 60원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뇌물 고이기(먹이기)와 각종 강요와 유혹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이 운동은 종업원들의 사상검증을 위한 사상혁명, 기술혁명, 문화혁명, 전쟁 관점에 이르기까지 그 판정요강(검열기준)이 엄격하고 요란하다. 엄격하고 요란한 만큼 판정을 하는 당간부들은 큰 뇌물을 요구한다. 군당, 도당, 중앙당까지 판정기관이 올라가면 갈수록 판정수준은 높아지고, 뇌물의 질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협동농장의 경우 도당 판정을 받을 때는 자체 생산한 곡물을 뇌물로 바치지만, 중앙당을 상대로 할 때는 수입산 술, 담배 등 지방특산물 중 질 좋은 뇌물을 바쳐야 한다.

특히 판정준비가 미흡한 단위들에서는 보다 많은 뇌물을 들여 판정성원을 흡족하게 한다. 합격이 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령으로 발표되고 얼마 후에는 붉은기 수여식이 진행된다.

독재자 찬양운동으로 귀결

이번에 북한 중앙방송이 자랑스럽게 발표한 “1만 1,550여개 단위에 수여된 3대혁명붉은기”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대중운동은 어디까지나 자발성의 원칙에 입각하여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이 운동의 판정 및 지도권을 ‘청년 및 3대혁명소조부’에 위임하여 순수한 대중혁신운동의 성격이 많았던 ‘천리마운동’을 권력승계를 위한 우상화 운동으로 전환시켰다.

결국 북한의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은 대중운동의 원칙을 떠나 ‘무조건 접수, 무조건 집행, 무조건 옹위’의 강제성과 관료주의가 판치는 독재자 찬양운동으로 변질되었다.

또 북한의 현실 조건에 맞지도 않는 판정 요강과 상급기관의 비위를 맞추려는 간부들의 명예욕, 뇌물에 의존하는 ‘뇌물운동’,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압박 운동’이 맞물려 실패로 끝난 것이다.

이주일 기자(평남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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