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그릇된 대북 인식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9월 11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서 열린 ‘2026 평화바람주간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가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침투해 매설한 북한의 지뢰 도발이자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공식 확인되었다. 우리 장병들이 피를 흘리며 중상을 입은 안타까운 비극 앞에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에 젖어 있는 지금,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방용승 사무처장의 과거 대북 발언이 드러나 국민적 허탈감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방 사무처장은 과거 학술 대담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지도 체제를 맹자의 ‘왕도정치’나 봉건적 ‘성군정치’에 빗대어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 경색의 원인을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방 사무처장은 해당 발언이 공직 취임 전 개인적 학술 견해이자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 기제를 설명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고통받는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림과 인권 탄압의 그늘 아래 매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민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3대 세습 독재를 이어가며 핵·미사일을 비롯해 군사적 도발을 일삼는 북한 정권을 ‘왕도정치’나 ‘성군’이라는 유교적 덕목에 비유한 것 자체가 학문적 해석의 선을 넘어선 궤변이다. 이러한 시각이 과연 대한민국 공직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소리인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회의 자료 요구 직후 관련 구술자료를 비공개 처리하고 열람을 중단시킨 행태는 공직자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라 보기 어렵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왜곡된 시각이 비단 한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화통일 정책을 자문하는 핵심 인사의 대북 인권 감수성과 무뎌진 안보의식은 곧 현 정권이 국정 운영 전반에서 품고 있는 대북관의 거울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평화라는 이름 아래 북한의 체제와 세습을 무조건 존중하고 공존만을 외치는 ‘대북 굴종적’ 태도는, 정작 군사분계선에 묻힌 지뢰라는 냉혹한 현실과 우리 국군 장병들의 아픔을 눈감는 눈속임에 불과함이 입증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가 명시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우리가 어떠한 도발 앞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상대의 위협과 정전협정 위반 앞에서도 자유와 안보 가치를 단호히 지켜내는 강인함이 빠진 ‘평화공존’과 ‘체제 존중’은 한낱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독재 정권의 체제 존중만을 최우선으로 두는 편향된 인식은, 결국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안보 근간을 스스로 흔드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장병들이 중상을 입고 지뢰가 터지는 엄혹한 현장과, 대통령 직속 기관 수장의 안이한 대북 시각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국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뢰 도발 사태의 엄중함을 깊이 받아들이고, 국정 전반의 대북관과 안보의식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대북 인식으로는 결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지켜낼 수도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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