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내각 교육성이 각 도(道) 외국어학원에 영어 학급을 줄이고 러시아어 학급을 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교육성이 지난달 중순 각 도 외국어학원에 로어(러시아어) 학급을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에 따라 양강도 외국어학원은 오는 10월 1일부터 1학년 학생들의 학급이 새롭게 편성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외국어학원은 현재 학년별로 영어 2개 학급, 러시아어와 중국어 각각 1개 학급을 운영 중이다. 이번 지시에 따라 우선 10월부로 1학년 영어 학급 일부가 러시아어 학급으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 외국어학원은 교육성의 방침에 따라 내년(2027년)도 신입생부터는 러시아어 전공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러시아어 전공 학생이라도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게 하는 등 기본적인 영어 교육은 계속 받도록 한다는 전언이다.
교육성은 이번 지시의 목적에 대해 “다국어 소유자 대열을 늘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국어학원들은 당국의 다국어 인재 양성 방침에 따라 학생들이 여러 가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전공 외국어 외에 제2외국어를 가르쳐 왔으며, 전국 단위의 다국어 경연도 개최해 왔다.
그러나 기존 영어 학급을 줄이고 러시아어 학급을 늘리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다국어 교육 강화를 넘어 북러 교류 및 협력 확대 분위기에 발맞춰 러시아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북러 간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통역과 번역을 비롯한 전문 러시아어 구사 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외국어 전문 교육기관을 통한 맞춤형 인력 양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학급 재편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러시아어 학급으로 배정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양강도에서는 취업이나 실생활에서 러시아어보다 중국어의 활용도가 높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양강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는 단연 중국어”라며 “국경과 가깝고 무역기관에서도 중국어 통역원을 많이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어를 배우던 자녀가 로어 학급으로 옮겨지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전공이 바뀌면 외국어학원을 그만두고 일반학교로 옮기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외국어학원에 보내려는 것은 높은 수준의 외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일반학교에 비해 평양의 중앙대학에 진학하기 유리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원치 않는 외국어를 강제로 전공해야 한다면 굳이 외국어학원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학부모들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어 교육이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으며, 현재 상당수의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에서는 러시아어 수업이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북러 밀착에 의한 양국 간 교류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 북한 당국이 러시아어 교육에 다시금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문 교육기관을 넘어 일반 교육기관들로까지 러시아어 교육 확대 바람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