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일 북한의 ‘교육절’을 앞두고 함경남도 함흥시 학교들에 기관·기업소·단체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차원의 교육 설비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학교장의 후원 유치 능력이 학교별 교육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전언이다.
2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도 인민위원회 교육부는 교육절을 앞둔 지난달 21일 학교 현대화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에 따라 함흥시 인민위원회 교육부는 각 학교에 후원단체와의 사업을 강화해 교편물과 실험기구 등 필요한 교육기자재를 확보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개정된 북한 교육후원법에 따르면, 교육기관별로 후원단체(기관·기업소·단체)가 정해져 있다. 후원단체는 해당 교육기관에 대한 후원 사업을 맡아 할 사회적 의무를 지니지만, 현실에서는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곳이 많지 않아 학교의 교육 조건과 환경 개선은 사실상 학교장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 실정이다.
예컨대 후원단체의 지원을 잘 끌어내는 학교장이 있는 학교는 운동장에 철봉과 평행봉, 배구장, 농구장 등 체육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학교는 기본 체육기구조차 부족하고 기존 낡은 시설 도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국가 지원 없이 학교가 자체적으로 교육 설비를 갖추는 것이 당연시되면서 그 부담은 학교장뿐만 아니라 교원들에게도 돌아가고 있다.
소식통은 “함흥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교원이 얼마 전 다른 학교로 옮겨 달라며 구역당위원회까지 찾아간 일도 있었다”며 “교장이 지원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면 부족한 설비를 마련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교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북한)에서 교원이 학교를 옮기는 것은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직접 당 기관에 찾아가 학교를 옮겨 달라고 했다는 것은 그만큼 교원이 학교 설비 마련까지 떠맡는 데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한 교육당국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말고, 후원단체와의 사업을 통해 교육 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원단체나 경제력이 있는 학부모의 지원을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학교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학교장은 학교에 물질적으로 지원한 학부모의 자녀 이름을 교원총회 등 공개된 자리에서 대놓고 언급하기도 한다. 일부 학부모의 개별적인 지원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면서 다른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은근히 유도하기 위함이다.
학교 현대화 비용을 전체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징수하는 과거의 방식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설비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직접 전가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전해졌다.
다만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과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고 한다. 소식통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부담 중에 달라지지 않는 품목이 있다”며 “파철, 파지, 파동, 토끼가죽 등을 마련해 내는 과제는 여전히 ‘나라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좋은 일 하기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계속 부과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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